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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LX그룹

셋방살이 끝낸 LX…관건은 구형모 '리더십'

광화문사옥에 5000억 투자, 계열사 '집결'…구형모의 MDI 역할 주목

고진영 기자

2026-01-22 08:15:50

편집자주

국내 재계에서 창업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오너 대다수가 창업자 가문의 사람들이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의장, 아미코젠의 신용철 전 회장 등 지분율이 낮은 오너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잃을 경우 밀려날 수 있다. 기업 성장과 상속 등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된 오너들은 어떻게 지배력을 보강하고 있을까. theBoard가 기업 총수의 오너십 유지 비결을 들여다 봤다.
LX그룹이 새해 시작과 함께 신사옥에 모이면서 광화문 시대를 열었다. 그간 LG 이름이 달린 건물을 세들어 쓰고 있었는데, 계열 분리 5년 만의 홀로서기다. 외형적으로 완전한 분가를 완성한 만큼 시장의 시선은 승계작업으로 쏠린다.

독립의 과도기를 끝내고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리더십 안정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다. 구형모 사장의 행보가 단순한 차세대 오너 수업을 넘어, 그룹의 성장전략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늠자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5000에 마련한 ‘내 집’…분가의 마침표

LX그룹은 올 1월부터 서울 종로구에 있는 LX광화문빌딩에서 본격적인 통합 사옥 체제를 가동했다. 지난해 10월 LX홀딩스가 LG로부터 LG광화문빌딩을 5120억원에 매입하면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애초 LX그룹은 LG 소유였던 이 건물에 입주해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를 유지해왔다.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임차료를 내 빌려 쓰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는데 올해부터 한 데 모인 셈이다.

사옥을 확보하면서 LX그룹은 연간 100억원이 넘던 임차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건물 외벽의 LG 현판을 떼어내고 LX의 이름을 달면서,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옥 매입을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장을 위해 거쳐야 할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 승계작업이 꼽힌다.

◇속전속결 지분 정리…‘초고속’ 승계 프로세스

LX그룹의 승계 시계는 재계 다른 그룹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통상 10~20년이 걸리는 승계 작업을 불과 4~5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했다. G가는 장자가 승계하고 동생들은 계열분리해 나가는 전통을 4대째 지키고 있는데, 구본준 회장의 분가가 유독 늦었던 탓이다.

구본준 회장은 조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한 뒤에도 한동안 LG 고문으로 있었다. 그러다 2021년 5월이 돼서야 LX그룹을 꾸렸다. 형제 중 가장 마지막이었던 독립이다. 구본준 회장이 이미 일흔 줄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그래서 승계를 빠르게 밀어붙였다. 구 회장은 2021년 말, 보유 중이던 LG 지분 4.18%를 매각해 구광모 LG 회장 측(특수관계인 포함)이 들고 있던 LX홀딩스 지분 32.3%를 사들인다. 또 남은 LG 지분 가운데 1.5%를 공익법인에 기부해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동일인 지분율 3% 미만)을 충족시켰다. LG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냄과 동시에 LX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직후 구 회장은 그가 확보한 LX홀딩스 지분의 절반가량인 1500만주를 자녀들에게 곧바로 증여한다. 구형모 사장에게 850만주, 구연제 씨에게 650만주를 나눠줬다. 덕분에 구형모 사장의 지분율은 0.6%에서 단숨에 11.75%로 뛰었고, 이후 장내매수로 더 사들이면서 현재 12.15%까지 늘어났다. 구 회장에 이은 명실상부한 2대 주주 등극이다.


◇증여세 재원은 ‘배당’…LX홀딩스, 3년간 680억 지급

‘정공법’을 택한 지분 승계의 걸림돌은 막대한 세금이다. 상장주식은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 그리고 60일 이후 종가 120일의 평균으로 증여세를 확정한다. 당시 주가(1만원 수준)를 기준으로 산출한 구형모 사장과 연제 씨의 증여세 규모는 약 900억원이다. 이중 구 사장 몫만 510억원으로 계산된다.

개인이 일시불로 내긴 무리가 있는 금액이다. 구 사장은 사촌 형인 구광모 회장처럼 주식을 담보로 잡고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LX홀딩스의 배당이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매년 200억원 이상, 총 676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2026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결국 배당금을 승계 재원으로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배당금을 활용해서 지분을 더 확보할 것으로 짐작된다.

◇승계 시험대 오른 구형모의 ‘LX MDI’

지분 승계의 틀은 어느 정도 갖춰가고 있지만,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역량의 문제가 여전히 남았다. 그 중심에 있는 회사가 LX MDI다. 2022년 설립된 LX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구형모 사장이 처음부터 대표를 맡았다. 그룹사 경영 컨설팅과 전략 수립,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다.

LX MDI에서 구 사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는 현재 LX그룹의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그룹의 주력인 상사, 물류, 반도체, 건자재 등이 모두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이다. 독립 직후인 2022년엔 대체로 실적이 좋았지만, 2023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고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나란히 꺾였다. 실제로 주요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하우시스를 보면 외형과 수익성이 전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지난해 “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은 퇴보가 아니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며 강한 어조로 위기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해석된다. 이 시기 ‘싱크 탱크(think tank)’ 역할을 구형모 사장이 맡은 만큼, 광화문 시대가 독립의 상징을 넘어 성장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선 실질적 성과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LX그룹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투자, 물류와 친환경사업 확대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동시에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