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기간이 긴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 기업 이사회 운영에서 정형화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두고 핵심 투자 인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운영을 주도하는 형태다.
이는 감독과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PEF 운용사의 전통적 집행임원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소수의 핵심 투자 인력이 복수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해야 한다는 점, 국내 네트워크 확보를 통해 능력이 검증된 사내이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세대 해외 PE, 검증된 인력에 사내이사 권한 부여
칼라일그룹,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은 국내 PEF 시장의 태동기부터 투자를 진행한 하우스들이다. 이들은 국내 사무소를 장기간 운영하면서 검증된 오퍼레이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일정 부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영입한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운영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칼라일이 인수한 투썸플레이스는 사내이사 1인, 기타비상무이사 4인, 사외이사 3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기타비상무이사 4인은 모두 칼라일 인력이고 사내이사 1인은 대표이사인 문영주 회장이다. 문 회장은 작년 말 인사를 통해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칼라일은 투썸플레이스 인수 3년차인 2023년 문 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문 회장은 합류 직전에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 대표이사를 10여년간 맡았다. 2016년 VIG파트너스에서 어피니티로 비케이알 주인이 바뀌었지만 대표이사 자리를 계속 유지했다. 칼라일도 PEF 운용사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성과를 낸 문 회장을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피니티카 인수한
SK렌터카 이사회는 사내이사 1인, 기타비상무이사 3인으로 운영된다. 기타비상무이사 3인은 모두 어피니티 투자 인력으로 채워졌다. 사내이사에는 이정환 대표이사가 등재돼 있다. 이 대표는
SK렌터카 합류 직전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중고차업체 오토플러스에서도 대표를 맡았다. PEF 운용사와 호흡 면에서 검증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인캐피탈도 사내이사를 활용하는 이사회 운영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베인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클래시스는 작년 말 백승한 대표 후임으로 최윤석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백승한 전 대표는
클래시스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역할을 맡았다. 현 최윤석 대표는
클래시스 대표집행임원으로 등기돼 있지만 아직 사내이사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올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 선임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클래시스 이사회는 베인캐피탈 인력인 기타비상무이사 4인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활용, 한국 시장 적응 결과물 평가
해외 PEF 운용사들이 사내이사를 활용하는 건 전통적 집행임원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집행임원제도는 경영과 감독을 분리하기 위해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집행임원에게 기업 경영 전반을 맡기는 형태로 운영된다.
EQT파트너스 등 국내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해외 PEF 운용사들은 전통적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본사의 철학을 포트폴리오 기업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 경력이 긴 해외 PEF 운용사일수록 사내이사를 활용해 유연하게 이사회를 운영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이러한 이사회 운영 방식을 놓고 1세대 해외 PEF 운용사들이 국내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 PEF 운용사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투자 관점에서 여전히 변방에 속한다. 대부분의 해외 PEF 운용사가 한국 사무소 인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본사 차원의 오퍼레이션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하지 않는 것도 이와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PEF 운용사의 한국 사무소 투자 인력은 대부분 10여명 안팎의 소수로 구성된다. 추가 인력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이 투자와 함께 복수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는 건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