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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풍산

EBS 이사장으로 이사회 충원…법조 재무 역량 축소

유시춘 EBS 이사장 사외이사 합류…소설가 출신에 새천년민주당서 당무위원 활동 경력

안정문 기자

2026-02-06 11:08:26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유시춘 EBS 이사장이 풍산의 사외이사로 합류한다. 유 이사장은 법무부 차관, 검사장 출신 사외이사의 자리를 메우게 된다.

풍산은 법률 전문가 자리를 정계와 연이 있는 공영방송 수장으로 채우는 셈이다. 1명으로 유지되던 비법조, 재무 전문가 사외이사는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법무부 차관·검사장 사외이사 자리에 EBS 이사장

풍산은 3월2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상향,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을 처리한다. 눈에 띄는 점은 유시춘 EBS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이다.

유 이사장은 황희철 사외이사가 맡았던 자리를 이어받는다. 풍산에서 6년 사외이사 임기를 채운 황 이사는 법무부 차관과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한 법조 전문가다.

소설가였던 유 이사장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여성인재로 영입돼 당무위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 총선 때 고양시 덕양구 출마 공천신청을 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차관급에 해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 EBS 이사장으로 발탁됐다.

유시춘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은 풍산 이사회가 그간 중시해 온 재무, 법률 전문성 보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례적 선택이다. 다만 풍산이 비철금속과 방산을 동시에 영위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재무·법률을 넘어선 비재무 리스크 관리 역량을 이사회 차원에서 보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풍산으로서는 정계와 공공기관 경험을 바탕으로 풍산 이사회에 사회적 신뢰 강화와 리스크 관리 역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풍산은 방산 사업을 포함해 정부 정책, 규제 환경,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맞닿아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법률적 판단이나 재무적 검토 외에도 사회적 신뢰와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한 경영 변수로 작용한다. 공공기관 이사장 경험과 인권·사회 이슈 관련 이력을 보유한 유 이사장의 경력은 이런 필요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기업지배구조와 ESG 논의가 확대되면서 이사회 내에서 인권·윤리·조직문화 등 사회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인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풍산 역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이해관계자 소통과 비재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온 만큼 유 이사장 선임은 ESG 관점에서 이사회의 시야를 넓히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방산 산업 특성상 사고나 분쟁 발생 시 평판 리스크가 재무 리스크로 직결되는 구조라는 점도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법조 출신 사외이사가 준법·법률 리스크를 담당해왔다면, 정책·공공영역 경험을 갖춘 인물을 통해 평판과 사회적 논쟁에 대한 감시 기능을 보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사회에 비 법조·재무 사외이사 늘어

풍산의 사외이사진은 법률, 재무 전문가 위주로 꾸리면서도 항상 1명의 사외이사는 그 밖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선임해왔다. 다만 이번처럼 비법률, 재무 전문 사외이사가 2명으로 늘어난 것은 최근 10년 안에 없던 일이다.

최근 10년 풍산에서 재무나 법률 전문가가 아니었던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우선 2022년부터 자리를 맡고 있는 정현옥 이사가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고용노동부 차관, 강원발전연구원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풍산은 그를 선임한 배경으로 "공인노무사 자격소지 및 노동부 차관 등을 역임하면서 오랜 공직생활 기간동안 산업안전, 산업재해, 노사업무 등을 수행했다"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ESG 관점에서 회사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임기를 지낸 고원도 사외이사는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를 지낸 건축·조직경영 전문가다. 풍산은 그의 경우 건축·대외 관계 경험이 이사회 전략·시설 투자 논의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추천 사유로 내세웠다.

또 다른 비법조, 재무 전문가인 이봉수 전 이사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풍산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 전 이사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및 런던대 언론학 박사를 취득한 언론·학계 출신이다. 조선일보·한겨레 등 언론사 출신으로 의사소통·대외 관계, 기업 평판 관리 측면의 전문성을 보유했다는 점이 추천 배경으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