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를 두고 자기 사람과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는 늘 이사진을 선임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인물들의 과거 연혁, 경영진과의 교집합과 임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회장과 이사회가 운명공동체라는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그동안 어떤 뿌리에서 내려와 어떻게 구축돼 왔을까. 금융과 법률, 공공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하는 데도 왜 그 적정성을 공격받나. 더벨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과 인선 경로, 주요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등을 따라가 금융지주 이너서클이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역추적한다.
올해 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 후보 18인의 면면을 분석해보면 추천 경로가 넓을수록 후보들의 전문 영역도 다변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주주추천과 외부 전문기관 추천을 다양하게 활용한 금융지주는 법률과 회계, 금융, IT와 AI 등 전문 영역이 서로 다른 인물들이 후보군에 들었다.
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중심으로 후보를 압축한 금융지주들은 상대적으로 금융사 출신의 실무 전문가와 법률, 학계 등 금융지주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인선이 주를 이뤘다. 전체 신임 사외이사 후보군 중에서는 법조계와 금융업 출신이 우세한 가운데 AI와 플랫폼 등 새로운 면면의 이사들도 속속 자리를 채우고 있다.
◇금융·법률·회계 중심 여전하지만 AI·플랫폼 전문가 유입
2026년 3월 11일을 기준으로 10대 금융지주 중 8곳이 주주총회 공고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내역을 통해 재선임·신규선임 사외이사 후보군을 공개했다. 모두 44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과 신규선임 후보에 올랐다. 재선임 사외이사 후보는 26명, 신규선임 사외이사 후보는 18명이다. NH농협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아직 관련 공시를 내놓지 않았다.
신규 선임 사외이사 후보의 면면을 요약하면 법조계 출신이 6인, 금융기업 출신이 5인, 회계 출신이 2인으로 법률과 금융, 회계 전문가만 13명이었다. 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의 기본적인 기준은 여전히 금융 실무와 법률 대응, 회계와 감사에 쏠려있는 셈이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사업 전략 자문보다 내부통제와 감독 대응 기능을 더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구성이다.
다만 일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AI와 디지털, 플랫폼 경험을 갖춘 후보가 유입됐다. 금융감독기관이 강조한 IT와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배치했다.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등이다. 상대적으로 신임 사외이사 후보의 수가 많고 추천자의 경로를 다변화할 수록 IT관련 전문가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지주처럼 이사회의 수적 변화는 크지 않지만 명확하게 원하는 전문 영역이 있는 경우에는 IT 전문가가 포함됐다.
법률과 회계, IT 전문가이면서 교수인 인물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교수 출신 사외이사 후보는 많았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인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무금융 교수와 하나금융지주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인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다. 법조와 회계 등의 전문가로 분류한 메리츠금융지주 김연미 후보와 BNK금융지주 차병직 후보, 신한금융지주 임승연 후보 등 8인이 교수 경력을 갖췄다.
◇BNK 후보군 다양화…법률·회계·금융·AI 동시 유입
금융지주별로 나눠보면 후보군의 전문성이 가장 다양하게 나타난 곳은 BNK금융지주다. BNK금융지주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 5명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로 구성됐다. 단순히 교체 폭이 컸던 데 그치지 않고 이사회 자체의 전문성을 넓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차병직 후보는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활동해 온 법률 전문가다. 박근서 후보는 성도회계법인 대표 등을 지낸 회계 전문가다. 이남우 후보는 삼성증권과 노무라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활동해 온 금융·거버넌스 분야 인사다. 강승수 후보는 법률과 투자 분야 경험을 함께 가진 인물이다. 박혜진 후보는 AI·벤처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인물로 디지털 산업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근서 후보는 송월, 이남우 후보는 라이프자산운용, 강승수 후보는 OK금융그룹 계열의 주주 추천을 거쳤다. 차병직 후보와 박혜진 후보는 외부 자문기관 추천을 통해 후보군에 편입됐다.
iM금융지주 역시 비교적 다양한 배경의 후보를 올렸다. 전직 은행장 출신 경영자와 법률 전문가, IT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이 함께 후보군에 포함됐다. 조준희 후보는 전직 은행장 출신 경영자로 금융과 산업계 경력을 대표한다. 윤기원 후보는 법률 전문가다. 류재수 후보는 투자와 IT 실무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추천 경로의 다변화가 곧바로 출신 다변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지주처럼 위원회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AI·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후보를 발탁한 사례도 있었다.
그래픽=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4대금융은 정통파, 우리금융 AI 후보가 예외
반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틀 속에서 후보군을 선별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규모 인적 쇄신보다는 기존 이사회 구조를 유지한 채 전통적인 전문성을 보강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KB금융지주는 법률과 규제 분야 전문가인 서정호 후보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를 내세운다. 최현자 후보는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기도 하다. 올해 3월 20일 임기가 만료하면 퇴임해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가 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박종복 후보와 임승연 후보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제시했다. 박종복 후보는 은행장 출신 금융 경영자다. 임승연 후보는 회계·재무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정용건 후보와 류정혜 후보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류정혜 후보는 AI·플랫폼 분야 활동 경력을 갖춘 인물로 디지털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형 금융지주 중에서는 AI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의지가 뚜렷하게 관찰된다.
JB금융지주의 백영환 후보는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와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변호사 등의 경력을 보유했다. 이동철 후보는 KB금융그룹 출신의 금융계 전문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김연미 후보와 김우진 후보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김연미 후보는 법조계, 김우진 후보는 재무·금융 분야 학계 인사다. 김우진 후보는 태광산업과 풀무원의 현직 사외이사로 메리츠금융지주 주주총회 전 태광산업 사외이사에서는 사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