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공시집단 규제 리뷰

HDC계열 누락 인트란스해운, 이사회 견제기능 약했다

⑦정몽규 회장 여동생 정유경씨 15년 넘게 감사 역임…사내이사 출신 사외이사도 다수

안정문 기자

2026-03-19 07:30:48

편집자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알려진 영원무역그룹이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성기학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속 법인을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HDC산업개발 그룹 역시 같은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됐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이뤄진 승계 정당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영원무역 사태로 촉발된 공시집단 지정 규제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몽규 HDC 회장을 지정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누락 회사 20개 중 인트란스해운 등 8개가 정 회장의 여동생 정유경씨와 그의 남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안의 핵심기업 중 하나인 인트란스해운를 살펴보면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씨가 오랜 기간 감사직을 맡아왔다. 정유경씨가 물러난 감사 자리에는 전 사내이사가 선임됐다. 정유경씨의 남편인 김종엽 대표는 설립 이후 대부분의 기간 대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인트란스해운은 기존 사내이사들을 사외이사로 다시 회사로 불러들이는 인사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종엽 대표가 17년 재직했던 HDC자산운용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 HDC와 인트란스해운 사이 연관성을 숨기려는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HDC자산운용에서 물러나고 1년 뒤 15년 넘게 지켰던 인트란스해운 대표 자리도 내려놨다. 그는 올해 1월 4년만에 대표를 다시 맡았다.

◇회전문 인사 반복, 정몽규 회장 여동생은 감사로 장기 재직

인트란스해운에서 주목되는 점은 임원 선임 방식이다. 인트란스해운은 기존에 사내이사로 있었던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신식우 전 대표는 2008년 3월 사임한 이후 2011년 6월 사외이사로 복귀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현덕씨 역시 이사로 재직하다 퇴임 후 2011년 사외이사로 복귀해 2016년까지 재직했다.

2010년까지 사내이사로 있었던 신현덕 전 이사 역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공정거래법상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 또는 계열사와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사내이사로 재직한 인물이 퇴임 후 수년 내 사외이사로 복귀하는 구조는 이 제도의 실질적 독립성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감사직에서도 기존 사내이사들이 맡았던 흔적이 보인다. 2010년까지 사내이사로 있었던 방현석 전 이사는 2022년부터 지금까지 감사를 맡고 있다. 방 전 이사가 맡기 이전 감사는 정유경씨, 정몽규 회장의 여동생이다. 그는 2022년까지 15년 넘게 감사자리를 유지했다.


◇김종엽 17년 재직한 HDC자산운용 사임, 인트란스해운 대표도 잠시 내려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의 매제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는 인트란스해운의 계열누락 누락 사실을 확인한 직후 HDC자산운용의 기타비상무이사직을 2021년 사임했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HDC자산운용에서 근무하며 기타비상무이사까지 맡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자리다. 사외이사와 달리 독립성이 요구되지 않으며 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친인척, 계열사 임직원 등)이 경영에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선임되는 사례가 많다.

HDC자산운용은 공시에 김종엽 대표를 놓고 동일인(정몽규 회장)의 매제이자 인트란스해운의 대표이사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몸담았던 HDC자산운용은 정몽규 회장이 직접 감사에 이름을 올렸던 계열사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김 대표가 2021년 HDC자산운용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사임한 것에 대해 인트란스해운과 HDC 사이 연관성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인트라스해운의 대표자리를 잠시 내려놓은 시기도 그가 HDC자산운용에서 사임한 시기와 비슷하다. 그는 15년 넘게 맡아왔던 인트라스해운 대표직을 2022년 사임했다. 그의 공백은 박성일 대표가 메웠다. 그는 2021년부터 2026년 1월까지 대표자리를 지켰다. 김종업 대표는 올해 1월 다시 대표로 선임됐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2006년부터 동일인 지위를 유지해왔고 지주회사인 HDC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기업집단 전반을 관리해온 점을 근거로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HDC 측은 친족 회사들이 지분 보유나 거래 관계 없이 처음부터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회사들로 고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해당 회사들은 2025년 공정위로부터 친족 독립경영 인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