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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집단 규제 리뷰

HDC그룹 계열 누락 살펴보니 친인척 계열사 다수

⑦HDC 계열과 직접 거래 없지만 건물관리용역 체결 사례도…20여 곳 1조 자산 규모

정지원 기자

2026-03-19 08:02:55

편집자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알려진 영원무역그룹이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성기학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속 법인을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이뤄진 승계 정당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영원무역 공시집단 회피 사태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몽규 HDC 회장의 계열사 자료 고의 누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생 일가와 외삼촌 일가 20여개 회사를 빠뜨려 최장 19년간 사익 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을 피해갔다는 지적이다. 누락 회사들의 총 자산 규모는 1조원을 웃돈다.

HDC 계열사와 누락 회사 사이의 대규모 거래는 없었다. 다만 정 회장의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에스제이지홀딩스 계열사와 건물용역 관리 계약을 맺어온 점은 확인됐다. 이 외 거래나 채무보증 등은 전무해 지난해 누락 회사들은 모두 독립경영을 인정받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 11.6조, HDC 자산총액 17.5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HDC그룹의 동일인(총수)로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심사에 필요한 계열사 자료를 대거 누락했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자산총액이 약 11조6000억원을 웃돌아야 한다.

앞서 공정위는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단 영원무역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아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은 자산총액 5조원이다. 기업집단 현황과 비상장사 중요사항 등에 대한 공시 의무,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 사익 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이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소속 회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까지 금지된다.

기업집단 HDC는 1999년 고 정세영 선대 회장의 기업집단 '현대'로부터 친족분리했다. 이후 2000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꾸준히 지정됐다. 정몽규 회장은 2006년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이때부터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현황을 보고해 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최장 19년간 소속 회사를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제재 대상 시점은 공소시효 5년을 고려해 2021~2024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동생 일가 8개 회사와 외삼촌 일가 12개 회사 등 총 20곳이 누락됐다. 연도별로 △2021년 17개사 △2022년 19개사 △2023년 19개사 △2024년 18개사가 집계됐다.

정 회장이 자료에서 누락한 회사들의 총 자산 규모는 연간 1조원을 상회해 규모가 큰 편이다. △2021년 1조원(17개사) △2022년 1조1000억원(19개사) △2023년 1조1000억원(19개사) △2024년 1조2000억원(18개사) 수준이다. HDC의 계열사는 지난해 5월 기준 총 34개사로 자산총액은 17조5288억원을 기록했다.



◇인트란스해운, 정 회장 매제 김종엽 대표 회사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몽규 회장이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봤다. 자료제출 대상 친족 수가 많지 않고 누락 회사 대부분이 매우 가까운 친족인 동생 일가, 외삼촌 일가가 직접 소유하거나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였다는 이유다. 정 회장이 이들과 가족 모임 등을 통해 지속 교류해 온 사실도 파악됐다.

제재 대상이 된 2021년 중에는 정 회장과 사촌 관계인 다른 기업집단 총수가 친족회사 누락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이때 HDC도 이를 인식하고 지정업무 담당자와 정 회장 비서진이 일부 친족회사 담당자들과 접촉해 계열 요건인 친족 지분율이 30%를 넘는다는 답을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정 회장도 이를 보고 받았지만 누락 회사에 대한 계열 편입 또는 친족 분리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누락 회사 중 인트란스해운은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씨와 남편 김종엽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다. 김 대표가 정 회장의 매제인 셈이다. 정유경 씨는 인트란스해운의 감사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등기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올해 초 다시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공정위는 특히 김 대표가 HDC 계열사 임원을 겸임하다가 사임한 것을 두고 계열사 누락 고의적 은폐 정황으로 해석했다.

◇상장사 에스제이지세종, 정 회장 외삼촌 박세종 명예회장 일가 보유

에스제이지세종과 쿤스트할레 등은 외삼촌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로 파악됐다. 박세종 에스제이지세종(구 세종공업) 명예회장이 정 회장의 외삼촌이다. 그의 부인이 서혜숙 씨다. 장남이 박정길 씨, 차남이 박정규 씨다.

지배구조 최상단의 에스제이지홀딩스는 박정길 씨 외 특수관계자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박정길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에스제이지세종은 상장된 회사다. 에스제이지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지분 32.46%를 갖고 있다. 박정길 씨(8.55%)와 박세종 명예회장(2.16%), 서혜숙 씨(0.62%)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지난해 말 기준 43.80%에 달한다.

박세종 명예회장을 비롯해 가족 구성원 다수가 에스제이지홀딩스 경영에도 참여 중이다. 박 명예회장은 비상근 임원이지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서혜숙 씨는 그룹회장 직위로 상근직이다. 박정길 씨는 회장으로 아버지인 박 명예회장과 함께 등기임원이자 비상근 임원으로 있다.


서혜숙 그룹회장이 쿤스트할레의 대표이사다. 에스제이지홀딩스 사내이사도 겸한다. 박정길 명예회장은 대표로 있는 에스제이지홀딩스를 포함해 에스제이지세움, 에스제이지세정, 쿤스트할레 등의 등기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모두 HDC 계열 누락 회사에 포함된 곳들이다.

쿤스트할레와는 장기간 거래관계도 있었다. 쿤스트할레가 보유 중인 건물 '세종빌딩'의 건물관리를 HDC랩스가 맡았다. 연간 1억9000만원 규모 거래였다. 이 빌딩에는 에스제이지홀딩스가 입주해 있기도 하다.

HDC는 누락 회사들에 대해 정 회장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다만 친족 지분율이 30%를 넘을 경우 원친적으로 계열 요건에 포함된다. 에스제이지세종의 경우에는 상장회사였기 때문에 지분 파악이 쉽기도 했다.

쿤스트할레와의 거래에 대해 HDC는 "HDC랩스 연 매출의 0.03% 수준의 계약으로 이 외 거래나 채무보증 등이 전혀 없었다"라며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공식적 절차에 따라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HDC의 실질적 지배력 아래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