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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의결권 리뷰

국민연금, 세방전지에 10년째 반대 의결…이유는

②올 주총서 이사 상한·임기·보수한도·이사선임 등 6건 제동…경영진 견제 장치 미비

안정문 기자

2026-04-02 10:20:38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 대부분은 조용히 통과된다. 9할 이상의 압도적 찬성표가 쏟아지는 게 대부분이다. 2026년 정기주총에선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이사 보수 한도, 사외이사 개별 선임, 자기주식 처분 계획 등 과거엔 형식적이었던 안건들이 팽팽한 표 대결로 번지거나 부결로 끝났다. 상법 개정이 진행되고 집중투표제·자기주식·이사 독립성 등 지배구조 쟁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투자자와 주요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토대로 주주총회 의결권이 갖는 의미를 진단해본다.
세방전지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한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표면적으로는 무난한 주총으로 보이지만 실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상법에 대비해 내놓은 이사수 제한 및 임기 유연화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기존에 반대해오던 이사보수한도와 부적격 사내외 및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총 6건의 안건에 10%대의 반대표가 발생했다.

국민연금은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세방전지의 이사선임, 배당, 보수한도 등 안건에 동일한 사유로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세방전지는 오너 일가의 탄탄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반대에도 문제없이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국민연금, 상법대비 정관개정부터 이사선임까지 광범위하게 반대

세방전지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변경과 이사선임을 비롯한 상정 안건을 모두 원안 가결했다. 다만 주주들의 반발도 확인됐다.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주식의 10~20% 정도 반대, 기권표가 발생했다.

10% 이상 반대·기권 비율을 기록한 안건은 이사 총수 상한 설정 및 독립이사의 비율(13.7%) 증대이사의 임기 변경(19.5%), 이상웅 회장 사내이사 선임(13.3%), 조원홍 사외이사 선임(10.6%) 및 감사위원 선임(17.6%), 아베 타케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11.7%), 이사보수한도 승인(17.7%) 등이다. 해당 안건들은 모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들이다.

올해 세방전지는 이사회 규모를 7인 이내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상한이 정해져있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이사수 상한을 줄이는 정관개정이 주주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사 수를 줄일 경우 일반주주의 주주제안이나 집중투표제 활용 여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현재 이사회 규모만으로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상한을 축소하는 것은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사 임기 관련 정관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1년씩이었지만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로 바뀌었다. 세방전지는 이를 통해 임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사 교체 시점을 분산시키는 시차임기제(Staggered Board)의 효과를 누릴 근거를 마련했다.

이사 임기를 1~3년으로 나눠 매년 1~2명씩만 교체되도록 설계하면 특정 세력이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한꺼번에 이사회 전체를 장악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다. 최대주주로서는 기존 이사진이 과반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영 연속성 확보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유리하다.

국민연금은 이사선임 안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오너인 이상웅 회장에 대해서는 겸임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세방, 이앤에스글로벌, 세방익스프레스, 세방산업, 세방메탈트레이딩, 세방리튬배터리 등 6곳의 계열사에서 사내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였던 조원홍 후보는 이해상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5년 내 회사와 중요한 지분 또는 거래관계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 독립성 훼손 사유로 지목됐다. 조원홍 이사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면서 고객경험 본부장(부사장), 비상임 고문 등을 지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였던 아베 타케시 이사는 이사회 출석률이 문제였다. 직전 임기 동안 출석률이 75%에 미치지 못한 점이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 2025년 아베 타케시 이사의 출석률은 14%다. 타케시 이사는 2대 주주이 지에스유아사의 대표다. 지에스유아사 측 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은 꾸준히 저조하다.

◇국민연금 10년 넘는 반대이력, 변함없는 안건


년도별로 보면 초기부터 겸임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2014년 이의순 명예회장에 대한 과도한 겸임 문제가 지적됐다. 이후 2015년과 2016년에는 별다른 반대가 없었지만 2017년부터 다시 반대 흐름이 본격화됐다. 당시에는 정당한 사유 없는 주총 결의사항 변경과 함께 이의순 명예회장과, 이상웅 회장의 겸임 문제가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이상웅 회장의 과도한 겸임이 반복적으로 반대 사유로 등장한다. 배당과 보수 역시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쟁점이다. 2014년과 2022년, 2024년 과소배당이 문제로 지적됐고 2021년과 2023년에는 이사보수한도 과다가 반대 사유로 제시됐다.

최근에는 일본 측 2대주주의 소홀한 이사회 참석에 대한 지적이 더해졌다. 국민연금은 2023년 무라오 오사무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 출석률 75% 미만을 사유로 선임에 반대했다. 지난해까지 세방전지에서 기타비상무 및 사내이사를 지냈던 무라오 오사무 이사의 2024~2025년 참석률은 0%다. 2023년에도 7.7%에 그쳤다. 오사무 전 이사는 지에스구아사의 회장이다.

2025년에도 올해와 같이 조원홍 사외이사 후보가 회사와 중요한 거래관계에 있는 법인에서 최근 5년 내 근무했다는 점은 문제로 제기됐다. 2026년 주총에서는 10년 넘게 이어진 흐름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세방전지의 최대주주는 세방(37.95%)이다. 이상웅 회장은 세방의 최대주주(18.53%)인 이앤에스글로벌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세방의 지분도 17.99%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이 회장의 세방 지분은 44.69%다.

그 밖에는 지에스유아사 인터내셔널(GS Yuasa International)이 16.00%, 국민연금은 6.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에스유아사는 세방전지가 세방그룹에 편입되기 전부터 주요 주주였다. 1966년 진해전지로 설립된 세방전지는 1978년 세방그룹에 편입됐다. 세방전지는 일본 유아사전지(현 GS Yuasa)와 진해전지 시절인 1975년 기술·자본 제휴를 맺었다. 1990년대까지는 기술을 전수하는 주재관이 파견나와 있기도 했다.

세방전지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흐름은 단발성이 아니라 뚜렷한 패턴을 형성해온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사 선임과 보수, 배당, 정관 변경 등 핵심 지배구조 이슈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민연금이 같은 사유로 반대를 되풀이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지배구조 건전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겸임 과다, 이사 독립성 훼손, 출석 불성실 등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으로 본다. 한번 용인하면 선례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반대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세방전지 측이 매년 유사한 안건을 그대로 올리는 데는 지배구조상의 이유가 있다. 최대주주인 세방(37.95%)과 이상웅 회장의 특수관계인을 합산한 지분(44.69%)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2대 주주인 지에스유아사 인터내셔널(16.00%)까지 우호 지분으로 볼 경우 안건 가결을 위한 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이 없다. 국민연금(6.93%)이 반대표를 던져도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구조적으로 반대를 수용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세방전지 측은 "이상웅 회장은 세방전지 기업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글로벌경제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조원홍 사외이사는 경영 전략과 브랜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적임자"라며 "이사회 구성 상한은 효율적 회의체 운영을 위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