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공시집단 규제 리뷰

웅진, 상조 품고 대기업 복귀…관건은 '재무 체력'

[신규 지정]프리드라이프 인수 효과, 부금선수금 관리 중요

허인혜 기자

2026-05-14 16:53:52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02곳으로 지난해보다 10곳 늘었다. K-뷰티와 K-푸드, 방산, 증권·플랫폼 산업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다. 굵직한 M&A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기획에서는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바탕으로 그룹별 재무 체력 변화, M&A와 신사업 전략,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 흐름을 짚어본다.
웅진그룹이 14년 만에 대기업으로 돌아왔다.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자산총액이 대폭 확대된 덕이다. 인수합병(M&A)에 따른 신분 상승인 만큼 천천히 몸집을 불린 기업들과는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대기업집단에 걸맞은 재무 체력 평가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번 복귀는 단순한 외형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웅진은 회생절차를 개시한 이후 알짜 계열사들을 매각하며 체급을 줄였던 곳이다. 이후 부채를 정리하고 교육·IT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듬은 뒤 상조회사 인수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불어난 자산 속 부금선수금이라는 상조회사 특유의 자본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프리드라이프 효과로 진입, 관건은 재무 안정화

웅진그룹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복귀는 프리드라이프 인수가 만든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신규 지정 집단에 웅진을 포함했다. 2012년 법정관리와 핵심 계열사 매각을 거치며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던 웅진이 다시 규제권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2007년 극동건설 인수 후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웅진프리드라이프 편입 효과는 재무제표를 크게 바꿨다. 지난해 6월 1일을 기점으로 반영된 웅진프리드라이프의 자산과 부채, 매출, 당기순이익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25년 말 웅진프리드라이프의 자산은 3조2817억원, 부채는 3조334억원, 자본은 2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결합상 간주취득일 이후 연결에 반영된 매출은 1873억원, 당기순이익은 461억원이다.

출처=웅진 2025년 사업보고서

웅진의 연결종속기업 중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웅진씽크빅을 크게 웃도는 계열사가 새로 편입된 것이다. 그 결과 웅진의 연결자산도 빠르게 커졌다.

2025년 말 연결자산은 5조3474억원으로 전년 말 9709억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부채와 자본이 각각 5조113억원, 3361억원으로 확대됐다. 공정자산총액은 6조4940억원이다. 공정자산총액은 대기업집단 지정을 목적으로 국내 계열회사별 자산을 합산한 규제상 지표로 연결자산총액과는 다르다.

고객 선수금 중심인 상조회사가 편입되면서 부채의 성격도 달라졌다. 웅진그룹은 그동안 관리해보지 못한 유형의 자산을 손에 쥐게 됐다.

웅진프리드라이프 부채 가운데 부금선수금이 2조911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5년 말 별도 재무상태표 기준 단순 계산하면 부금선수금은 부채총계의 96.1% 수준이다. 상조업의 선수금 구조가 반영돼 있어 제조업식 부채비율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

◇인수금융·자금보충·ABL, 이사회 안건 '무게감'

웅진 이사회 안건 중 재무 관련 안건의 무게도 커졌다. 지난해 5월 ABL 대출 실행, 자회사 메자닌 대출 실행, 자금보충약정 체결 승인, 종속회사 인수금융 대출 실행, 타법인 지분 취득 결정 안건을 처리했다. 직전인 4월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자회사 설립 안건, 타법인 지분 취득, 종속회사의 타법인 지분 취득 안건을 의결했다.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전후해 지분 취득을 위해 인수금융과 ABL, 메자닌, 자금보충 약정을 동원했다는 의미다. 웅진은 프리드라이프 인수금융과 관련해 대주금융기관과 순차입금 대비 EBITDA 등 재무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에 따라 실적과 현금흐름 관리는 더 중요해졌다.

출처=웅진 2025년 사업보고서

특히 웅진은 약정이 실제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과거 금융기관과 305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 약정을 맺었는데 재무제표에 오랜 기간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프리드라이프 인수 과정에서 동원된 자금 구조도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역에 드러난다. 웅진은 인수 구조상 중간 지주 역할을 한 더블유제이라이프홀딩스에 2025년 4월 24일 1000억원, 5월 28일 1000억원, 6월 11일 50억원을 출자했다. 더블유제이라이프홀딩스는 더블유제이라이프를 통해 웅진프리드라이프 지분을 취득했다. 웅진 입장에서는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위해 총 2050억원을 계열 인수법인에 투입한 셈이다.

결국 프리드라이프 인수까지 그룹 차원의 자금 재배치와 신용보강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올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서 대규모 내부거래와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감시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재무 안정화가 내부통제로 이어지는 이유다. 2025년 말 웅진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 비율은 33.33%다. 이사회 의장과 투명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금조달이나 인수 관련 안건은 모두 수월하게 가결됐는데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한편 논의 기록도 더 꼼꼼하게 남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조 현금창출력 그룹 체력으로 이어지나

웅진이 기대할 수 있는 재무 안정화의 원천은 웅진프리드라이프의 현금창출력이다.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웅진프리드라이프의 2025년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3095억원, 영업이익은 1062억원, 당기순이익은 754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80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681억원, 배당금 수취는 314억원이다.

선계약 중심의 현금 유입과 금융자산 운용 수익이 실적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 현금흐름을 그룹 차입 부담 완화 재원으로 단순 환산하기는 어렵다. 상조업은 고객 선수금을 먼저 받고 장기간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 잔액의 50%, 여행상품은 30%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을 제공받아야 한다. 2025년 말 예치계약 금액은 1096억원이다. 고객 보호 장치가 있는 만큼 선수금 기반 자산은 그룹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현금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관건은 프리드라이프가 안정적인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면서, 웅진이 인수 과정에서 늘어난 금융 부담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느냐다.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복귀가 외형 확대의 결과였다면, 앞으로의 평가는 인수 이후 재무 안정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