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을 둘러싼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 동력이 한층 약해졌다. 박 전 상무 본인의 지분에는 변화가 없지만 과거 박 전 상무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던 세 누나가 보유 주식을 잇달아 처분하면서다. 반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일가는 장녀 박주형 부사장이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며 양측의 지분 격차를 넓히고 있다.
누나들의 주식 처분이 곧바로 박 전 상무와의 관계 변화나 경영권 분쟁에서의 이탈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처분은 2021년 이들이 증여받은 주식에 부과된 증여세를 내기 위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상무가 최근 2년 연속 주주제안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주변 가족 지분까지 줄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표 대결을 다시 벌이기 위한 지분 기반은 얇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나들 증여받은 지분 절반 가까이 처분…증여세 납부 목적
금호석유화학이 지난 3일 공시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의 누나인 박은형·박은경·박은혜씨는 지나달 25일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17만1783주(0.61%)를 처분했다.
세 사람이 보유했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은 대부분 2021년 동생인 박 전 상무에게 증여받은 물량이다. 박 전 상무는 당시 세 누나에게 각각 15만2400주씩 모두 45만7200주를 증여했다. 이 영향으로 세 사람은 박 전 상무와 함께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인에 이름을 올리면서 시장에서는 박 전 상무 측 잠재 우호 지분으로 분류돼왔다.
다만 이들 셋의 지분은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세 자매는 박 전 상무에게 증여받은 이후인 지난 2024년에도 일부 주식을 처분했다. 이번에 줄인 물량까지 포함하면 2021년 증여받은 45만7200주 가운데 약 47%가 처분됐다. 현재 세 사람이 갖고 있는 주식은 총 24만1304주로 당시 증여 물량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주식 처분에는 증여세 납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 자매는 증여 이후인 지난 2021년 각각
금호석유화학 주식 11만3700주를 증여세 연부연납 납세담보 목적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공탁했다.
이후 박은형·박은경씨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대출을 일으키고 공탁 주식 수도 차례대로 줄어든 점 등을 고려하면 주식 처분 대금이 증여세 납부와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은형·박은경씨는 지난달 각각 약 7만주, 9만주를 처분했다. 반면 박은혜씨가 처분한 주식 수는 7000주에 불과했다.
◇최대주주 측은 지분 확대…표 대결 재개 문턱 높아져
지분 구도만 놓고 보면 박 전 상무가 다시 경영권 분쟁에 나서기 위한 환경은 불리해졌다. 박 전 상무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약 26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약 9.22%로 단일 주주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박 전 상무 주변의 가족 지분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세 누나의 지분을 합치면 보통주 기준 0.86%다.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지분 0.06%까지 합산하더라도 박 전 상무와 가족들의 지분은 약 10.14% 수준이다.
박찬구 회장 측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7.24%, 장남 박준경 사장은 7.75%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장녀 박주형 부사장은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면서 2021년 0%대이던 수준이던 지분율을 현재 1.18%까지 높였다.
세 사람의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16.17%다. 박 전 상무와 세 누나, 허 회장 지분을 합산한 것보다 6.03%포인트(p) 많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외부 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과거보다 줄었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박찬구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였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2024년에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관련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밀월 관계도 이후 종료됐다. 박 전 상무는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별도의 주주제안을 내지 않았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2021년 시작된 주주제안과 표 대결이 최근 2년 동안 중단된 상태다.
다만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상법 개정에 따라 감사위원 선·해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강화되며 내년 정기주총부터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효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분 격차가 벌어졌더라도 감사위원 선임 등 일부 안건에서는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박 전 상무가 이를 활용해 다시 주주제안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