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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증자 성공 뒤엔 이사회…의사결정 추진 동력 평가

과거 할리오 투자 당시 독립적 의사결정 위해 기타비상무이사 참여 제한

이돈섭 기자

2026-05-20 08:11:10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SKC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 SKC 이사회가 증자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부터 최종 시행 여부까지 키를 쥐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십 체제에서 증자를 추진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 역시 이사회에서 모아졌다. 이사회가 증자 추진 과정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사회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의견을 내온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번 SKC 증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차원에서 이뤄졌다. 증자를 통해 조달한 1조1671억원 중 5896억원은 미국 자회사 앱솔리스 증자에 투입해 유리기판 사업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5775억원은 채무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C는 수년 간 회사채와 자사주 교환사채(EB) 등 다양한 비히클을 통해 외부 자금을 끌어온 만큼 증자가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SKC는 증자 결정 직전 2025년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종우 당시 SK엔펄스 대표를 신규 사장으로 맞이했다. 2022년부터 4년 넘게 SKC를 이끌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시작한 박원철 대표의 후임격이었다. 박 전 대표 체제에서부터 증자 필요성을 검토해 온 SKC 이사회는 새 리더십 체제 아래에서 증자를 추진하는 편이 시장 설득 측면에서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SKC 이사회 관계자는 "최근 1년여 간 증자 추진 여부와 다양한 시나리오 등을 검토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장 교체가 있었다"면서 "증자를 추진할 경우 시장 내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새 사장 체제 하에서 증자를 실시하는 것이 시장 설득 차원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이사회 논의 구조다. SKC는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미래전략위뿐 아니라 비공식 세션에서 증자 여부를 검토했다. 증자 결정 이전부터 투자 우선순위와 자금소요 규모, 차입부담 수준 등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가 이뤄졌다. 단순히 증자 안건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중장기 사업 전략과 연결, 자금조달 필요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이사회가 증자 절차를 주도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간 SKC 이사회는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2024년 미국 스마트윈도 제조사 할리오(Halio) 투자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을 고려해 모회사 SK 임원인 기타비상무이사 의결 참여를 제한시키기도 했다. 모회사가 할리오 투자를 시작했고 SKC가 추가 투자를 이행하는 형태였는데 모회사 입장을 고려하면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통상 지주사 산하 계열사의 경우 지주사 입장을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지주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논의에 지주 의견을 반영하곤 하는데 기타비상무이사의 이사회 참여를 제한한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가 오너십 이해관계를 떠나 개별 법인 입장에서 안건을 판단했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해당 안건 심의 과정에선 사외이사 4명 중 1명(김정인 이사)이 반대표를 던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이사회 논의 과정이 투자자 신뢰 차이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SKC는 증자 추진 과정에서 자금 사용 목적과 사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리기판 사업 확대와 재무 안정화라는 두 축을 명확히 설명하면서 증자 이후 그림을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제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증자 발표 이후 SKC 주가가 오르면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SKC는 2019년 KCFT를 매수하고 SK넥실리스를 출범시키며 동박(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한 이후 반도체 소재 사업 확대를 추진해 왔다. 기존 화학·필름·산업소재 사업 성장성이 둔화하자 첨단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고 그 연장선에서 미국 유리기판 투자사 앱솔릭스를 설립했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었던 그룹 전체 기조와 보조를 맞춰 자력 생존하기 위한 SKC만의 자구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등 관련 업황이 둔화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에 예상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됐다. SKC는 최근 6년 사이 회사채 발행과 지난주 자사주 영구 교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꾸준히 조달했다. 하지만 유리기판 투자와 차입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자본확충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사회는 외부 로펌 자문 등을 적극 참고해 구체적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SKC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대표이사+재무부문장)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진에는 정현욱 회계사와 박시원 강원대 교수, 김정인 유클릭 사장,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이사회 의장은 채은미 이사가 맡고 있다. 작년 한해 이사회는 총 22회 개최했는데 이와 별도로 사외이사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해 분기당 1회 총 4차례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