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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기아 마케터 출신 사외이사가 제시하는 'KGM 자생의 길'

이순남 KGM 사외이사·감사위원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절실"

이돈섭 기자

2026-05-13 14:23:06

KG모빌리티(KGM)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순남 KGM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은 답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꼽았다. 기아에서 30년 넘게 상품기획과 해외마케팅, 브랜드 전략을 맡아온 그는 더벨과 만나 "비효율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KGM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남 사외이사는 인하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해 2018년 전무로 퇴직하기 전까지 연구개발과 상품기획, 해외마케팅, 글로벌 브랜드 전략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KGM 이사회에 합류한 건 지난해 3월이다. 2022년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해 KGM으로 출범시킨지 3년이 가까워지는 시기였다. 올해로 사외이사 경력 2년차를 맞이 한 그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KGM과 인연을 맺은 건 KG그룹 곽재선 회장 아들인 곽정현 KGM 사장의 역할이 컸다. 과거 기아차에서 근무한 바 있는 곽정현 사장이 당시 회사 임원이었던 이 사외이사를 곽 회장에게 추천한 것이 계기였다. 이 사외이사는 과거 강연 등의 목적으로 KGM의 전신인 쌍용차를 찾은 바 있어 친숙하기도 했다. KG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던 쌍용차를 2022년 인수, KGM 체질 개선과 생존 전략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자주 피력하는 의견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연간 700만여대를 생산하는 반해 KGM은 연 11만 여대 생산 캐파를 갖고 있다.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필요한 내부 감시 체계와 구매 생산 프로세스가 충분히 체계화되지 않았고 조직 간 협력 구조도 약한 상태였다. 이 사외이사는 현재 감사위원으로 감사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기아차 체계화된 시스템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KGM 연간 생산 규모는 11만대 수준인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로 살아남는 회사는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브랜드 정도밖에 없는데 결국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아 해외마케팅 전무 출신 이순남 KG모빌리티(KGM) 사외이사가 최근 더벨과 만나 그의 신작 '기아 브랜드 전쟁 30년'을 소개하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KGM 도약을 위해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돈섭 기자]

다만 경영진과의 시각차도 존재한다. 곽 회장은 '현대·기아차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라고 하면 KGM 현실에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KGM은기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 경영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KGM과 같은 중소형 메이커가 살아남으려면 전체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KGM 경영진은 회사 사업 성격이 유통업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외부 상품과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맞는 차량을 빠르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KGM은 현재 SUV 차량 렉스턴 후속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중국 체리자동차에서 상품과 기술을 들여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선보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 사외이사는 "지금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중요한 건 기술"이라면서 "외부에서 기술을 가져와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각 시장 요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상품과 가치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 성장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사외이사가 KGM 이사회에서 피력하는 생각들은 기아차 재직 시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아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과거 현대·기아차가 토요타 프리우스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현대·기아차 공동 플랫폼 형태로 추진하려 했을 때에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는 "기아 브랜드는 현대보다 약하기 때문에 같은 차를 팔면 현대만 팔린다"며 SUV 스타일의 차별화 전략을 주장했다. 이 조언을 받아들여 탄생한 상품이 소형 SUV 니로였다.

판매를 담당했던 경험도 풍부하다. 본부에서 판매를 촉진하면 일단 물량을 밀어내 재고로 쌓아놓고 나중에 값을 낮춰 재고를 시장에 내놓는 바람에 수익성이 떨어진 일이 있었다. 이사회에 보고되는 숫자 속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사외이사는 "회사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자동차 산업의 본질은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유튜브에서 '자동차 마케터의 시선'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 이후 삶을 고민하다가 제주 올레길에서 자동차 산업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그간의 이력을 담아 '기아 브랜드 전쟁 30년'이라는 책도 냈다. 이 사외이사는 "자동차 하나만 보고 살아온 인생이었다"고 회고하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계속 공유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