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사외이사 인식도 조사

규제보다 자율…이사회 개혁 2막에 기업 역량 시험대

⑤응답자 대부분 "시장 중심 가야"…지원조직·교육 강화 요구 커져

이돈섭 기자

2026-05-12 10:31:38

편집자주

일련의 상법 개정과 기업의 자발적 개선 조치로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가 한 걸음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형식적 요건은 충족했지만 실질적 운영 측면에선 보완해야 할 면이 많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theBoard는 사외이사 21명 대상으로 서베이 및 미니 인터뷰를 실시, 이사회 제도 이상과 운영 현실 간 간극을 점검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과 권한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기업 스스로 이사회 운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직 사외이사들은 규제 강화보다 기업 주도의 운영 개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현직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지원 조직을 체계화하고 사외이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기업이 이사회 지원책을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이번 인식도 조사에서 확인됐다.

12일 theBoard가 실시한 사외이사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현직 사외이사 응답자 21명 중 90.5%(19명)가 이사회 제도 개편은 시장 중심으로 이뤄줘야 한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향후 이사회 운영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현직 사외이사 응답자 21명 중 61.9%(13명)이 '규제와 자율 간 균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28.6%(6명)가 '자율성 확대와 시장 규율 중심'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일련의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실질적 기능이 주목받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이사회 제도가 개편됐다. 특히 최근 1년여 사이 연속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의무 범위 확대를 비롯해 감사위원 선출 규제 강화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 다양한 제도가 집중 마련됐다. 독립적 의사결정 기구로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제도들을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현행법상 사외이사 임기 및 겸직 제한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 인식을 내비친 반면 규제에 따른 이사회 운영 실태에 대해선 개선 필요 목소리를 냈다. △형식적 운영을 탈피하기 위한 이사진 다양성 확보 △책임 강화에 따른 보수 체계 개편 △교육 프로그램 재편 등인데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인식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42.9%(9명)가 이사회와 산하 소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건 사전 자료는 충분히 제공받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대부분 1주일의 검토 기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조사 응답자 대부분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성별·연령·직군 다양성 등 외형적 지표 중심 논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인지적 다양성과 실질적 토론 역량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조사에 참여한 한 사외이사는 "현행법 상 다양한 제도를 기업이 자기 사정에 맞춰 받아들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 기업 이사회가 자기 회사에 맞는 문화를 구축하고 그 문화를 통해 경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이사회 문화를 갖추고 있는 기업은 시장에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GS건설은 사외이사 대부분의 임기를 최대 3년으로 제한, 사외이사로 하여금 재선임 여부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풀무원은 정기 이사회 외 다양한 세션을 구축하고 이사진 간 자유로운 토론을 권하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꾸준히 지급, 이사회와 주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다.

이사회 실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 이상이 '사무국 및 관련 지원조직 강화(28.6%, 6명)'와 '산업·재무 등 교육 프로그램 확대(28.6%, 6명)' 등 답을 내놓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실질적 이사회 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이 밖에 외부 전문가 자문 예산 확대(19.0%, 4명), 사전 자료 제공 시점 조기화(14.3%, 3명)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우리나라 상장사 중에는 이사회 사무국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별도 예산이 측정돼 있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외국에는 대표이사 산하 조직이 아니라 이사회 직할 조직이 이사회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며 "지금 법 체계 안에서도 이사회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기업이 이사회를 운영할 의지가 실제 있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theBoard는 이사회 운영 제도 관련 사외이사 인식 지형을 확인하기 위해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현직 사외이사 21명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를 진행했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6년)에 대한 적합성과 사외이사 겸직 제한(최대 2곳) 등에 대한 인식을 물었고 안건 사전 자료 제공 수준과 검토 기간 소위원회 운영 실효성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적정성, 지원 조직 및 교육 프로그램 수준 등도 함께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