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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파이를 나누는 규칙

강용규 기자

2026-06-12 08:15:58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정률 분배의 성과급 논쟁이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기업들의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영업이익의 30% 분배를 내걸었으며 IT 등 비제조기업의 노조들까지 영업이익이라는 파이의 n% 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쟁은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띤다. 단순히 노-사, 혹은 노-노 갈등을 넘어 이 분배율의 논의에서 소외된 주주들까지 목소리를 결집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현금 vs 주식의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한 토론, 더 나아가 영업이익을 나눠야 할 파이로 보는 것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의견 등 각계에서 각색의 목소리가 난립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혼란이 논리나 법리 등 과거의 문법에 의거해 판단될 일은 아닌 듯하다. AI 열풍으로 인해 반도체산업의 수익성이 전례 없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노동계의 영업이익 정률 분배 요구가 이만큼 이목을 끌 수 있었을까. 우리 경제가 처음 겪는 일이라 치르는 홍역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5조원 규모의 사회적 기여를 실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제품 고객에게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력사와 취약계층, 제복 공무원, 청년 등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후속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지금껏 우리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은 권력을 분산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결정의 주체는 오너에서 이사회로, 발언력은 대주주 중심에서 소수주주 의사 반영으로 넓어져 왔다.

이에 따라 파이를 나누는 방식도 점차 이사회와 주주의 손을 거치게 됐다.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런데 이제는 파이의 배분 이슈가 개별 기업 내부의 일이 아니게 됐다. 이사회나 주주를 넘어 사회 구성원 전반이 납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처음 겪는 일에는 적확한 대처 방안을 찾기가 어렵기에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다음 혼란을 방지하는 규칙을 정하는 후속 대처다.

당면한 영업이익 정률 분배 논쟁이 그 금액의 크기로 인해 사회 전반을 납득시키지 못한 결과라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규칙을 확립하면 된다. 다음 혼란을 막기 위해 정계나 재계를 넘어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떠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