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정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거버넌스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현 시점 노조 측 요구 안이 현실화할 경우 배당 여력이 축소될 수 있고 나아가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주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에 앞서 성과급 정책을 개편한
SK하이닉스의 경우 노사 갈등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금 시장 분위기가 그때와 다르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 기업 초과이익 논쟁…사외이사 "신중히 고려해야"
산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이슈를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이사회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개별 기업 임단협 이슈는 어디까지나 노사 간 협의 사항으로 이사회 테이블에 오를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책임론이 거론되는 건 영업이익의 일부를 성과급 재원으로 떼어 놓는 방식이 재무 구조와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사 협의 과정에서 노사 측 요구가 일부 조정돼
SK하이닉스 성과급 수준으로 맞춰진다고 하더라도 비용 규모 자체가 상당해 배당 재원뿐 아니라 투자 여력까지 제약할 수 있다. 한 종합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으니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를 주주 입장에그대로 도입하면 배당 확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이 사안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다. 직원
대상 성과급 확대가 인건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거나 손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혹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 정도가 상당할 경우 경영진이 협의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할 수 있지만 이사회가 결정 주체로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 수년 간
SK하이닉스 노사 간 협의가 진행될 때도 이사회 개입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의 여파를 감안하면 관망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현대·
기아차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복수 기업에서 영업이익의 일부분을 성과급으로 반영하라는 노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식 성과급 체계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산업계 보상 표준이 될 경우 경쟁사 비용 구조까지 자극하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이사회에 관련 보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외이사들은 자체적으로 현안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이혁재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성과급 논란이 단지
삼성전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커서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면서 "여러분과 논의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은녕 사외이사는 "아직 안건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내용은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 관료·교수 위주 이사회, 실질적 경영 경험 부족 한계
이사회 내 논의 채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에는 경영 일반과 재무 관련 사항을 심의 결의하는 경영위원회를 비롯해 ESG 영역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소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다만 보상 정책 관련 실질적 자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이 부족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삼성전자 사외이사진은 전직 관료와 현직 교수 위주로 꾸려져 있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에 직접적 의사결정 권한은 없더라도 보상 정책 방향성과 원칙을 설정하는 차원에서 경영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외이사에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사외이사진에 이를 뒷받침할 전문성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IT 기업들의 경우 경영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 이사 위주로 이사회를 꾸리곤 한다.
일각에선 개정 상법을 감안해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슈 파장을 감안해 이사회가 사안에 가담하는 경우 주주 전체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데 성과급 산정 방식은 주주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사측 논의를 따르는 논리가 있고 노측 주장에 힘을 싣는 논리가 있다. 이사 입장에선 어느 한쪽 편을 들어 목소리를 내기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노사 갈등 해소 이후 파장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7.8%를 가진 국민연금은 현 정부들어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는 안건에 대해 주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노조 협의 결과가 중장기 수익성 악화와 주주환원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이사 재선임 및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 과정에서 특정 기업 노사 간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자본시장 내 국민연금 역할이 확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 이후)주가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불만을 제기할 동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주가를 좌우하는 요소를 특정하긴 어려워 여론의 향방을 살피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