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가 또다시 무산됐다. 2016년 이후 반복해 온 주주제안이 올해도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신동빈 회장 체제가 재확인됐다.
◇롯데홀딩스 주총서 이사 선임안 부결…12번째 실패
2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안건을 모두 부결했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선임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과 신동빈 회장 해임 안건도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관 변경 안건은 범죄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의 이사직 수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이를 근거로 신 회장의 이사직 적격성을 문제 삼아왔다.
이번 부결로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 시도는 12번째 실패로 남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뒤 2016년부터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주총에 올려왔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총 12차례에 걸쳐 주주총회에 상정된 신 전 부회장 측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이자 한국 롯데 지배구도와도 맞닿아 있는 핵심 회사다. 호텔롯데 등을 통해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도와 연결돼 있어 롯데홀딩스 주총은 매년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과 신동빈 회장 체제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행사로 주목받았다.
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주주와 임직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는 배경으로 과거 준법경영 위반 논란을 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본 롯데그룹 각 사 이사직에서 잇따라 해임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일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법원은 해임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에서 일본 법원이 신 전 부회장에 대해 경영자로서 부적격하고 준법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쟁점이 된 사안 중 하나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서비스 대표 시절 추진한 풀리카(POOLIKA) 사업이다. 풀리카는 소매점에서 상품 진열 상황을 촬영한 이미지를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로 데이터화한 뒤 판매하는 사업이다. 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이사진 반대와 변호사들의 위법 소지 의견에도 해당 사업을 강행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임직원의 이메일 내용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사실도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측은 이 같은 사안들이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보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이 반복적으로 부결된 배경에도 과거 준법경영 논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영권 분쟁 후유증 여전
2015년부터 본격화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전 부회장의 행보도 다시 거론된다. 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이 당시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자문계약을 맺은 사실이 국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그룹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신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배경이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 체제를 비판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지만 과거 그룹의 핵심 현안을 흔들려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롯데 안팎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이 실질적인 경영 개선 요구라기보다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반복되는 견제 행위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차례에 걸친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된 점 역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판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상태다. 과거 보유하던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면서 한국 롯데 지배구도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신 전 부회장은 국내 롯데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에 사모펀드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난해 8월 약 4억2000만원을 투자해
롯데지주 주식 0.01%를 다시 매입했다. 이는 상장회사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 주주권 행사를 위한 최소 지분 요건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됐다.
롯데 안팎에서는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한 뒤 주주권 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만 확보한 것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그룹 경영에 장기적으로 책임을 지는 주주라기보다 법적 대응과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지분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2016년 이후 12차례에 걸쳐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된 것은 주주들이 과거 행적과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한 뒤 최소 지분만 확보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는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