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 체계를 기존 사업장 중심에서 차량 생애주기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 있다. 원자재와 부품 조달부터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차량 운행, 폐차 이후 자원순환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관리 체계로 연결한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공급망 실사와 제품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가 제품 전 과정에 걸친 환경·사회적 책임을 관리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 영향이다. ESG를 단순한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미래 사업 경쟁력과 공급망 대응 역량을 뒷받침하는 핵심 경영 전략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망 규제가 바꾼 ESG…차량 생애주기 관리로 확대
현대차가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기존 사업장 중심의 ESG 관리 체계를 차량 생애주기 전 과정으로 확대했다. 원자재와 부품 조달부터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차량 운행, 폐차 이후 자원순환까지 자동차의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공급망, 순환경제, 안전보건, 인권경영 등을 핵심 축으로 재편했다.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사회적 영향과 공급망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와 제품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터리 핵심광물과 강제노동, 산림 훼손 등 공급망 전반에 대한 책임이 완성차 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조달부터 차량 운행, 폐차 이후 자원순환까지 제품 생애주기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애주기 관리 전략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차량 전과정평가(LCA) 수행 비율을 83%까지 확대했다. 주요 차종을
대상으로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과 운행, 폐차까지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차량 개발과 생산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사업장 단위의 탄소 감축을 넘어 제품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수치로 관리하고 이를 미래 제품 개발 의사결정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생애주기 중심 ESG 전략은 공급망과 생산, 자원순환 전반에서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화와 SDV, 수소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저탄소 철강재 적용과 생산공정 에너지 효율화도 추진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차량 성능뿐 아니라 공급망과 생산, 자원순환을 포함한 전 과정에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급망·생산·순환경제…생애주기 ESG 실행 확대
현대차는 생애주기 중심 ESG 전략을 공급망과 생산, 순환경제 전반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을
대상으로 광산과 제련소 현장 실사를 실시하고 강제노동 리스크를 점검하는 스크리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47개 사업장에 대한 인권 실사도 완료하며 원자재 조달 단계부터 공급망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였다.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ESG를 조달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생산 단계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147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전력구매계약(PPA)을 적용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인도 주요 사업장에서는 R
E100을 달성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저탄소 철강재 적용, 생산공정 에너지 효율화, 위험공정 자동화를 함께 추진하며 생산 경쟁력 강화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사용이 끝난 차량에 대한 순환경제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폐배터리와 폐플라스틱, 철강 등 폐차 과정에서 회수한 자원을 다시 신차 생산에 활용하는 'Car to Car(차량 대 차량)' 순환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자원 채굴부터 생산과 운행, 폐차 이후 재활용까지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해 원재료 사용량과 탄소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ESG 경쟁이 공장 단위의 탄소 감축을 넘어 공급망과 제품 전 과정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망과 제품 전 과정의 관리 수준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현대차처럼 원자재 조달부터 폐차 이후 자원순환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 기업일수록 글로벌 규제 대응은 물론 미래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