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간 경영권 분쟁의 가장 첨예한 이슈에서 극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안건에 대해
영풍·MBK 측 추천 이사진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 성과를 가시화 해 지배력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최 회장의 전략이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투자사업 동의표 던진 영풍·MBK 측 이사들
고려아연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영풍·MBK 측 추천 이사진들이 리치몬드밸리(Richmond Valley) 태양광 및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프로젝트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윤범 회장이 2022년부터 추진해온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축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의 글로벌 확장판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트로이카 전략은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세 분야의 핵심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경영권 분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꼭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무능한 경영자’ 프레임에 대항해 스스로 경영능력을 증명할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영풍·MBK가 오히려 최 회장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지지하며 최 회장의 경영의 정당성을 높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이사회에서
영풍·MBK 연합 측 이사진들이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단 점은 의미가 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영풍·MBK 측 이사진 모두 리치몬드밸리 프로젝트 투자에 대해 동의했다고 알려졌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그동안 갈등의 연속이었다. 최 회장을 지지하는 이사진과 그 반대편에서
영풍·MBK 연합을 대변하는 이사진간 수싸움이 치열했다. 주요 안건은 항상 대립했고
영풍·MBK 측 이사진은 주로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만큼 주요 안건은 통과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8인,
영풍·MBK 연합 측 5인,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사 1인 등 총 14인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측 인사 역시
고려아연과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 회장 측 우호 인사로 분류한다.
그동안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 불신임을 지속 드러냈다. 최 회장의 경영역량과 신사업 추진 등 전략이 현실성 없단 비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행하기도 했다. 또 최 회장이 경영자로서 역량이 없는 만큼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세워야 하다는 주장도 지속했다.
영풍그룹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인 배경 자체가 최 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었단 분석도 나온다. 또 MBK가 경영권을 행사하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배당도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경영권 분쟁의 명분우로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외부세력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를 명분으로 맞섰다. 그 과정세 최 회장과 그 아버지 고 최창걸 명예회장이 경영을 이끌던 시기
고려아연이 외형과 수익성 모두 급성장했고 재무구조 등 펀더멘털도 강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호주 투자 건은 그 연장선에 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미래 지속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신사업 육성이란 점을 들어
고려아연 내부와 이사회와 주주 등을 설득해왔다.
영풍·MBK 측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최 회장의 경영능력 부족’이란 프레임에 따르면
영풍·MBK 측 이사진은 이번 표결에 반대권을 행사 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 이사회 과정에서
영풍·MBK 측 이사진은 호주 투자 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사업이
고려아연의 사업 다각화와 중장기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란 점이
영풍·MBK 측 이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행 속도 올린 ‘트로이카 드라이브’
최 회장은 본업인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뿌리에 두고 친환경 핵심 신사업 세 가지를 유기적으로 엮어 탄소 배출을 제로(0)화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본업과 신사업이 상호 보완작용해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한다는 비전이다.
트로이카 전략 가운데서도 이번 사업은 최 회장이 최우선 순위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그만큼 이번 사업의 성공 여하에 따라 다른 트로이카 사업들에 대한 투자 속도와 규모도 결정될 수 있다. 또 경영권 분쟁 등 과정에서 둔화된 그룹의 성장동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전략적으로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선언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란 점이다. 최근 켐코 니켈 제련소(이차전지 소재 축), 자원순환 사업 확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축도 실질적인 발전소 착공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변곡점에서 최 회장은 지난 21일 승부수를 띄웠다.
고려아연은 2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번 리치몬드 밸리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했다. 그동안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 반대해온
영풍·MBK 측 추천 인사들이 이사회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사업을 더 이상 늦추면 투자 적기를 놓쳐 시정 선점이 늦어지고 그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