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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잘나가는 이사들은 왜 강의실로 향할까

허인혜 기자

2026-07-30 08:03:35

최근 만난 한 이사회 의장에게 독립이사 교육과정을 소개하자 강사진보다 앞서 참가자 구성을 물었다. 어떤 내용을 듣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듣느냐에 따라 과정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취지였다. 예로 든 강좌는 국내 명문대학교들의 최고경영자 과정. 쟁쟁한 수강생들이 몰리다 보니 기업의 이름난 C레벨들도 입학을 바란다고 귀띔했다.

독립이사 교육에서는 이런 선례가 없을까. 세계의 최고의 두뇌가 모이는 곳마다 독립이사를 위한 강의가 마련돼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디렉터스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독립이사는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충분히 검증된 전문가들이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이사들은 왜 다시 강의실로 향할까.

답은 배울 지식의 양보다 경험의 범위에 있다. 서로 다른 이력은 같은 안건에서도 다른 질문과 결론을 끌어낸다. 그 다양성이 이사회의 경쟁력이다. 국내 기업들도 금융과 법률, 회계, 산업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진시키고 있다.

외부 과정은 비교의 대상을 더 크게 확장한다. 같은 회사의 이사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녔어도 결국 하나의 회사가 제공한 자료와 현안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외부에서는 다른 회사의 이사들이 같고 다른 사안을 어떤 절차로 풀어갔는지를 접할 수 있다. 자사의 이사회 운영을 다른 이사회의 경험에 비춰볼 수 있는 것이다.

스탠퍼드는 교육에 참여한 이사들을 각각 별도의 코호트(cohort)로 묶는다. 현직 이사뿐 아니라 최근 이사회 합류를 제안받은 인사, 미국 증시 상장 또는 상장 가능성이 있는 해외 기업 이사 등이다. 유사한 책임과 고민을 안고 있는 현직 이사들이 실제 사례를 두고 각자의 판단과 대응 방안을 논의해 행동계획을 짜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형성되는 네트워크 역시 단순한 세력 구축이나 사교 목적의 인맥과는 궤를 달리한다. 같은 무게의 책임을 짊어진 이들이 판단 기준과 고민을 공유하는 지적 동반자를 얻는 과정에 가깝다. 과정에 참여하는 모두가 배우는 이사인 동시에 자신의 현장 경험을 건네는 스승이 된다.

스탠퍼드는 잘나가는 이사들이 강의실로 향하는 이유를 지식의 축적보다 관점의 확장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독보적인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혼자서는 떠올리지 못했을 질문을 얻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이야기다.

독립이사 어깨가 날로 무거워지는 지금 우리 시장도 교육이 뿌리를 내릴 적기를 만났다. 최고들이 모였기에 도출되는 판단의 깊이도 남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사회의 시야도 회사 밖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