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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박혜진 BNK 이사 "디지털 전문가 육성 체계 만들어야"

영문·정치학 전공 뒤 블록체인 IT 전문가로 변신 "부산을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김예린 기자

2026-08-24 14:23:20

박혜진 BNK금융지주(BNK) 독립이사(사진)는 기존 금융업계 이사회 멤버와 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대부분 금융사들은 전관이나 법조인, 회계·재무 전무가를 영입한다. 당국 규제에 대응해야 하고 소비자 보호 및 법률, 회계 이슈가 안건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정보기술(IT)과 디지털 자산 전문성을 갖고 BNK 이사회에 들어왔다. 1985년생으로 이사회 내 최연소 이사다. 경력도 이채롭다. 학부시절 IT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다. 서강대 영문학·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정치학 석사, 스위스 프랭클린대 경영학 박사를 거쳤다. 현재는 서강대·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문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산벤처스코리아 파트너·바이야드 대표도 겸임하며 블록체인·AI·벤처투자를 넘나 들고 있다.

박 이사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뚜렷하다. 자신과 같은 디지털 자산·AI 전문가가 다음 이사회에 다시 오지 않더라도, 이사회 스스로 신기술 관련 안건을 판단할 수 있는 질문과 논의 체계를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외부 전문가를 그때그때 모셔오는 것도 좋지만 내부에 전문가가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속성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백엔드가 바뀌는 금융, 색다른 시각 제공하겠다"

박 이사가 금융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석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정치학을 전공하며 세계 평화를 고민했는데, 비트코인을 보면서 기술이 국경을 흐릿하게 만들고 자본 이동이 쉬워지면 강제적 공존이 가능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이 분야에 투자하고 사업하며 깊이 들어가게 됐다"고 전했다. 경영학 박사 과정을 거치며 기술·거버넌스·금융이라는 세 축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천착하게 된 배경이다.

BNK로부터 이사회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는 법조인이나 회계·재무 전공자가 대부분인 금융권 독이사진에 합류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러나 BNK가 앞으로 도전해야 할 디지털이란 영역에 자신이 가진 경험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백엔드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같은 배경의 전문가들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각도에서 사안을 보는 다양성 역시 BNK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특정 주주가 아닌 외부 자문기관 추천으로 후보군에 편입됐다. ESG위원장을 비롯해 보수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까지 5개 위원회를 겸직 중이다. ESG위원장으로서 전환금융을 챙기는 한편, 스테이블코인·실물 자산(RWA) 등 신사업 논의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 "ESG는 비용 아닌 재무적 성과"

IT 전문가인 박 이사가 ESG위원장을 맡은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스스로 원한 자리였다. 그가 파트너로 겸직 중인 심산벤처스는 아시아계·여성·탈북민 등 소외된 창업가에 베팅하는 임팩트 투자사로 다양성이 재무적 수익을 가져온다는 가치관을 표방한다. 그는 "거대 금융기관 시각의 ESG 경험은 없지만, 글로벌에서 축적한 개념을 국내 금융권에도 전하고 싶어 자처했다"고 말했다.

BNK가 시중은행 못지않게 ESG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가 2028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가운데, 10여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해온 점이 근거다. 네덜란드 ESG 우수 금융기관과 협업을 맺고 현지 본사를 방문해 ESG 중요성을 체감하는가 하면,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탄소배출 감소·전환 기업을 대상으로 제로금리 대출 상품도 내놨다.

그는 "ESG를 비용이나 숙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BNK는 ESG가 회사 성장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일찍이 내재화하려 노력해왔다"며 "재무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조직 전체에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 "해양도시 부산,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 최적의 장소"

박 이사의 전문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디지털자산 분야다. 한국조폐공사 블록체인 사업 자문위원(2022),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전문위원(2025)으로 활동했고, 이사회 합류 전에는 BNK의 스테이블코인·디지털자산 전략 태스크포스(TF)도 자문했다.

그는 BNK가 지역화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 개념검증(PoC)을 완료하는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전문성과 관심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한국은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스테이블코인은 일상 결제보다 무역대금·해외송금 등 국경 간 자금 이동의 수수료·환전 비용을 줄이는 용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은 해양도시 특성상 이런 생태계를 시험해볼 좋은 지역이란 시각이다.

그는 "부산은 항만·무역·해운 등 국경을 넘는 거래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곳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결제·예금 인프라를 검증할 실제 거래가 존재하는 테스트베드"라며 "선박금융이나 양식장처럼 BNK가 보유한 자산을 토큰화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유통하는 RWA 기회도 많다"고 봤다.

이어 "부산의 시금고로 지자체와 밀접한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디지털산업은 정보의 공신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어떤 파트너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데, BNK는 부산시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BNK 밸류업 전략, AI·디지털 자산도 상당 비중"

자회사 CEO 후보 추천과 관련해서는 VC 파트너로서의 경험을 참고점으로 제시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CEO와 게임에 깊이 몰두하는 CEO가 각각 성공한 사례가 있듯, 지방금융지주 특성상 부산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매몰될 위험도 있어 지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재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사회 발언으로 기여한 사례로는 밸류업 전략을 꼽았다. 그는 "통상 밸류업은 ROE·ROA 등 재무지표 중심으로 논의되지만, BNK에서는 AI·디지털 자산이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질 것"이라며 "9월 중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금융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처럼 몸집을 키워 전국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BNK가 뿌리내린 부산·울산·경남 지역 산업을 금융과 접목해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당부다.

그는 "지역 산업이 성장해 한국 산업 전체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면, BNK의 성과도 지방은행의 지역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 전체에 대한 기여로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앞서 나가 정책이 마련되기 전에 힘을 소진해도, 너무 늦게 움직여 이미 참여 자격을 잃어도 안 된다"며 "신중하게 준비하되 좋은 균형점을 찾는 데 이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