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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RE-포메이션

승계 작업에 이사회 재편 필수…독립성 확보 관건

①최대주주 세대 교체 후 독립이사 재선임…전문성 확대 vs 오너십 재강화 지적

이돈섭 기자

2026-08-25 14:17:32

편집자주

오너십이 바뀌면 이사회도 재편된다. 오너 경영인 일가 증여·상속 등으로 지분이 이동하면 새롭게 등장한 경영자 중심의 이사회가 탄생한다. theBoard는 다양한 상장사 오너십 전환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 변화의 면면과 그 역할과 전략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오너십 세대교체가 이사회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계자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 기업에서는 기존 이사진이 물러나고 새 경영자와 호흡을 맞출 독립이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하곤 한다. 선대 오너가 등기이사에서 퇴진하며 후계자 중심으로 권한 이양이 마무리된 곳 역시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새로운 전문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오너 중심의 거버넌스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 오너 세대교체, 이사회 색깔도 변했다

이사회가 재편되는 배경은 다양하다. 법과 제도 변화에 맞춰 이사회 구조를 손질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도 한다. 최대주주나 실질적 경영자 변화도 이사진 교체를 촉발하는 요인이다. 특히 오너 기업에서는 증여와 상속으로 지배주주 일가 내부 지분 구도가 달라지면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누가 지배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삼익악기의 경우 오너 2세 김민수 부회장이 지난해 경영 전면에 등장했고 올 주총에서 이사진을 전면 개편했다. 삼익악기는 그간 시니어 경영인 출신으로 이사회의 한 축을 채웠는데 이번에는 70대 베테랑 전문경영인 출신 이해선 독립이사와 30대 벤처기업인 정인모 독립이사 신구 세대의 조합을 강조했다. 기존 독립이사 임기가 2년여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부회장이 이사회 개편에 상당한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모토닉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상장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모토닉은 2024년 김영봉 당시 회장이 급서하면서 김 당시 회장의 장녀 김희진 대표가 경영권을 승계했다. 경영 세대교체가 이뤄진 모토닉은 김 대표 취임 이듬해 열린 주총에서 이 회사 출신 신세진 전 본부장을 신규 독립이사로 선임했다. 과거 김 대표의 상사로 재직한 바 있는 신 독립이사는 김 대표가 오너십을 다져가는 상황에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챗GPT가 생성한 기사 관련 이미지]

오스코텍은 앞선 기업들과 변화의 순서가 달랐다. 창업주 김정근 고문이 지난 2월 미국 출장 중 별세하면서 경영 공백이 발생하자 회사는 먼저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이후 지난달 고인의 지분이 장남 김성연 이사 등에게 상속되면서 최대주주 변경 절차가 마무리됐다. 후계자가 이사진을 개편한 것은 아니지만 창업주 부재와 지분 승계가 맞물리면서 이사회 중심의 새로운 의사결정 체제가 구축된 사례가 됐다.

이사회 재편은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시장에선 오너십 승계에 따른 이사회 개편에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최대주주 측 경영권이 이동하면서 독립이사진이 재편되는 것은 최대주주가 이사 후보 선임 권한을 지니고 있거나 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상장사 독립이사는 "이사의 독립성 확보 여부는 선임 과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 선대 퇴진 권한 이양, 이사진 재편 시동

이사회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넥센타이어 창업주 강병중 회장은 2000년 회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25년 간 회사 경영을 주도했는데 올 주총을 계기로 이사 재선임을 포기하고 미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강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물러나면서 이사회와 경영은 강 회장의 장남 강호찬 부회장이 주도하게 됐다. 강 부회장은 2016년 대표로 재선임되면서 이사회에 복귀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사회 변화다. 넥센타이어는 올 주총에서 김재홍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신규 독립이사로 선임했다. 김 독립이사는 강 부회장과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 관계다. 강 부회장은 연세대 상경·경영대학 동창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다. 독립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했지만 선대 오너 퇴진과 맞물려 강 부회장과 학연이 있는 인사가 합류했다는 점에는 주목할 만하다.

깨끗한나라도 마찬가지다. 최현수 회장은 부친 최병민 명예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올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을 포기하면서 경영 최전선에 서게 됐다. 검사 출신 김영기 독립이사와 포항공대 교수 김영석 독립이사 등 이사회 내 두 독립이사는 최병민 명예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이들이다. 내년 상법상 최대 재임기간 6년을 채우는 김영기 독립이사의 후임 인선은 최 회장 체제에서 이뤄지는 첫 이사 교체가 될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 집단에선 오너가 증여가 이어지면서 변화의 싹이 트고 있다. HD현대는 정기선 회장이 내달 초 부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에게서 보통주 280만주를 증여받을 예정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정 회장 지분은 6.1%에서 9.7%로 커져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LX홀딩스에선 구본준 회장이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에게 610만주를 증여했다. 지분을 11.9%에서 19.8%로 확대한 구 대표는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과 구 대표가 이사 선임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룹 내 그들의 지배력이 뚜렷해질수록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는 "독립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신규 이사 후보를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이사 후보 리스트에 오르는 인사들은 이미 최대주주 일가와 인연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