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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앤지, 성림첨단 1100억 증자로 40% 확보

실권주 대부분 인수 가능성…증자 이후 이사회 개편 참여 가능성

이돈섭 기자

2026-09-03 11:12:34

현대비앤지스틸이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업체 성림첨단산업의 11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다른 주주에게 배정된 물량 가운데 청약되지 않은 실권주까지 인수해 증자대금 전액을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대비앤지스틸의 지분율은 40%대로 높아져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단일 법인에 투입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희토류 영구자석 사업을 신사업으로 편입하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비앤지스틸은 성림첨단산업이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1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유 지분에 따라 배정받는 신주뿐 아니라 실권주까지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 말 성림첨단산업 지분 16.84%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고 피에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16.29%)와 KAICI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9.5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성림첨단산업은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보통주 44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공고했다. 신주 발행가격은 주당 2만5000원이며 조달한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신주 물량은 기존 발행주식의 46.2%에 해당한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지난달 31일이며 기존 주주에게 1주당 약 0.462주의 신주가 배정된다. 청약은 내달 6일부터 7일까지이며 투자금 납입은 같은 달 13일 진행된다.

형식상 기존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참여하는 주주배정 방식이지만 현대비앤지스틸이 실권주까지 인수하면 사실상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자금 수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림첨단산업은 실권주가 나올 경우 이사회 결의에 따라 기존 주주 혹은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성림첨단산업 이사회에는 최윤종 현대비앤지스틸 경영지원총괄 담당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비앤지스틸이 신주 440만주 대부분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성림첨단산업에 대한 직접 지분율은 현재 16%대에서 43% 안팎으로 높아진다. 현대비앤지스틸 단독만으로 지분율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피에스 제1호를 통해 간접 보유한 지분까지 고려하면 성림첨단산업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사실상 단일 최대주주이다보니 현대비앤지스틸 부담은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2022년 성림첨단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459억원을 직접 투자해 지금의 지분을 확보했고 피에스 제1호 315억원을 출자해 지분 66.18%를 취득함으로써 성림첨단산업 우선주 155만여주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자대금까지 더하면 성림첨단산업 관련 직·간접 투자 규모는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비앤지스틸이 지금까지 단일 법인에 투자한 규모로는 최대 규모다.

성림첨단산업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부담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052억원으로 전년보다 17.3% 감소했고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말 결손금은 1547억원으로 불어났다. 2024년 말 348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66억원으로 줄었고 단기차입금은 780억원에서 1035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성림첨단산업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상장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지난해 매출과 단기차입금을 웃도는 규모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차입금 상환과 원재료 확보, 공장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대신 최대주주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커지면서 지배력도 현대비앤지스틸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비앤지스틸이 이번 증자를 통해 사실상 성림첨단산업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 이사회 개편도 예고됐다. 성림첨단산업은 증자 납입일로부터 사흘 뒤인 10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안을 처리한다. 후보자와 선임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비앤지스틸의 대규모 출자 직후 이사 선임이 이뤄지는 만큼 현대비앤지스틸 측 인사가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이사회 차원에서도 성림첨단산업 경영권 인수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투자금 마련은 현대비앤지스틸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470억원으로 예상 투자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1770억원 규모의 차입 한도를 확보하고 있어 투자 재원 마련에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상당 규모의 자금을 차입해 증자에 참여해야 만큼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이사회는 올 들어 꾸준히 관련 증자 방안을 논의해 온 바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증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재무 부담보다 희토류 영구자석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과 산업용 모터 등으로 영구자석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핵심 소재 공급망을 내재화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평가다. 3일 오전 10시 20분 현재 현대비앤지스틸 시총(주가 1만1870원)은 1790억원 수준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34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