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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RE-포메이션

한국카본의 패밀리 경영...94년생 오너 만들기 총력

⑥가족 사내이사진 한계 지적, 금융투자업계 행동주의 타깃에 오르기도

이돈섭 기자

2026-09-04 14:34:56

편집자주

오너십이 바뀌면 이사회도 재편된다. 오너 경영인 일가 증여·상속 등으로 지분이 이동하면 새롭게 등장한 경영자 중심의 이사회가 탄생한다. theBoard는 다양한 상장사 오너십 전환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 변화의 면면과 그 역할과 전략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3040' 임원들의 이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 본격적인 지분 증여 시도도 관측되면서 향후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움직임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카본은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해 가족 경영 체제를 완성한 반면 종근당은 장남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넘기면서도 핵심 계열사 이사회 진입은 남겨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외부 주주 지분이 상당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 가족 경영체제 한국카본, 행동주의 타깃 거론

코스피 상장사 한국카본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조문수 대표의 장남인 1994년생 조연호 당시 사장과 1988년생 차녀 조윤서 상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최남호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신규 독립이사로 선임했고 박정우 대한항공 전무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한국카본 이사회는 주총 전 사내이사 2명과 독립이사 1명 등 이사 3명 체제에서 사내이사 4명과 독립이사 2명 등 6명 체제로 확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사내이사진이 모두 조문수 대표 가족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한국카본은 그간 조문수 대표와 그의 아내 이명화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려왔지만 두 자녀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면서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최대주주 친인척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사내이사 전원을 최대주주 친인척으로 채우는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이례적이다.

이번 이사회 재편은 경영권이 차세대로 이전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카본 승계 작업은 2023년 한국신소재 흡수합병으로 본격화했다. 한국신소재는 조문수 대표 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가족회사로 한국카본과의 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한국신소재 지분 70%를 갖고 있었던 조연호 당시 사장이 한국카본 신주를 받았고 이듬해 두 차례 증여를 받아 만 서른에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번 독립이사 추가 선임 역시 사내이사진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 2조원 미만의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을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지난해 말 한국카본의 별도 기준 자산은 1조1223억원 수준이었다. 조문수 대표 자녀들이 이사회에 진입해 이사회 규모가 확대된 만큼 독립이사 수도 늘려야만 했다. 한국카본은 이사회 산하에 별도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있지 않다.

시장에서는 한국카본 거버넌스가 행동주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문수 대표 일가 지분율이 33.4% 수준으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지난해 배당성향이 15.8% 수준으로 높지 않고 현금성 자산이 자산 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육박한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지난 6월 말 지분 1% 미만 일반주주가 보유한 지분 총량은 52.4% 수준이며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은 9.48% 정도다.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안건을 처리하는 데도 적잖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은 주주인 이사는 전체 이사 보수한도를 책정하는 주총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올라왔을 때 조문수 회장 일가 이사들은 보유 지분 35.36%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난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안건은 의결권 행사 주식 중 39.1% 반대를 받은 바 있다.

◇ 종근당 후계 지분 증여 본격화, 승계 정책 체계화

종근당에서도 1980년대생 후계자를 향한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은 올해 마흔을 맞은 장남 이주원 상무와 장녀와 차녀 이주경 이주아 등 세 자녀에게 종근당 보유 지분 9.55% 전량을 내달 말까지 증여키로 했다. 증여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주원 상무 지분은 1.48%에서 5.32%로 확대해 개인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주원 상무는 2018년 종근당산업 이사로 그룹 경영에 합류했다.

이장한 회장이 오랜기간 그룹 계열사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려 온 점을 감안하면 이주원 상무의 이사회 참여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주원 상무가 현재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바이오 이사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종근당 이사회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2년 가까이 종근당에 재직해 온 김영주 대표의 임기는 내년 주총까지다.

종근당은 지난해 9월 CEO 승계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종근당 CEO 승계 정책은 CEO 자격 요건으로 △회사 목표와 업무에 대한 전략과 비전,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자 △기업윤리와 조직관리에 대한 역량과 자질을 보유한 자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역량 확보 의지를 보유한 자 등을 들고 있다. 아울러 대표이사를 위원회장으로 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회사 임원 중 위원을 추가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사회 역할은 크지 않아 보인다. 후보 발굴과 육성 작업은 대표를 비롯한 내부 조직이 주도할 뿐 이사회가 직접 승계 절차에 관여해야 할 근거를 마련하진 않았다. 이장한 회장이 종근당뿐 아니라 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대표이사 중심으로 CEO 승계 정책이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이장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운용사 코페르닉은 지난 6월 말 종근당 지분을 8.38% 수준까지 확대해 눈길을 끈다. 단순투자 목적이지만 오너십 전환기 단일 기관이 상당한 의결권을 확보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십 전환기는 후계자 역량뿐 아니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지를 확인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종근당 시가총액은 3일 종가 기준 9413억원, PBR은 0.88배였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펀드가 특정 종목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때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목적을 파악하지 않을 수 없고 펀드 입장에서도 의견 소통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만 행동주의 캠페인을 전개하려면 회사 성과 사이클이 상승기에 있어야 하고 거버넌스 등 개선 가능한 요소가 성과를 가로막고 있다는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페르닉이 국내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을 전개한 이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