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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이사회 역할은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곳은 결국 '이사회'

①"오너 부재 속에도 경영 이어가야"…각종 정책 마련, 관리·감독 강화 지적

이돈섭 기자

2025-07-17 16:20:27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지만, 여전히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기업은 상당수다. 이사회는 리스크를 방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유일무이한 기구다. theBoard는 다양한 오너 리스크 속 각 기업 이사회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대안을 모색해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졌다.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여 만이다. 대법원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의혹을 받아온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시장에서는 오너 리스크를 털어낸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대해 기대섞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 남아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회장은 최근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주목받는 곳은 이사회다. 주주총회에서 오너 리스크를 방지할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곳이 이사회이기 때문이다.

◇ 오너 부재 속 이사회, 리스크 관리에 치중

이재용 회장이 경영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2019년의 일이다.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2019년 이사직을 내려놨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이사회 출석률은 2018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되기 시작했는데 2018~2019년 이 회장은 이사회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오너 부재 속 리스크 관리에 치중했다. 최근 5년 삼성전자 이사회가 다룬 의안 200건을 안건별로 나누면 타법인 등에 기금 출연을 검토하는 안건이 35건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했다. 각종 계획 수립 안건(7.5%)과 계약 체결 안건(7%)에 비해 월등히 컸다. 각종 기부금과 인센티브 출연 등 기금 활용 내용은 다양했다.

현재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고위 공무원 출신 신제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그 전에는 금융지주 사회공헌 재단을 이끌어 온 김한조 전 사외이사가 의장이었던 점도 눈길을 끈다. 시장 관계자는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는 점에서 의장은 상징적 인물"이라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기금 출연 안건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건 준법 경영에 힘써온 결과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연간 10억원 이상을 기부와 후원, 협찬하는 경우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케 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외부 재단 후원에 따른 논란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이 이 회장에게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자 시장 곳곳에서 삼성전자 행보에 주목하는 것 역시 오너 리스크로 경영이 위축된 것을 방증키도 한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재용 회장 리더십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로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 기틀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 오너 리스크 방지 책임은 결국 이사회에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 여전히 오너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은 적지 않다. 하이브의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회장은 최근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시계열을 되돌리면 한진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 미스터피자 창업주 갑질 논란 등 오너 리스크 종류는 다양하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여럿 발표돼 있다. 대부분은 오너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 기업 가치가 낮아진다는 결과와 맞닿아 있다. 이황희 덕성여대 교수는 '기업 오너의 위법 행위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에 대한 부정적 효과는 오너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오너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는 이사회다. 이사회로 하여금 경영진 승계 정책을 마련케 하는 한편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 운영과 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를 관리케 함으로써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주총에서 최종 구성되는 이사회는 오너 리스크를 관리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된 점도 이사회 역할을 부각시킨다. 주주들이 특정 이사회 안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쉬워지면서 각종 오너 리스크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및 의사결정 체계를 이사회 차원에서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같이 이사회가 자기 판단을 내리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미국의 테슬라 역시 오너 일론 머스크가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요동쳤지만 이사회 차원에서 이렇다 할 대안이 발표된 적은 없다. 최근 테슬라 일부 주주는 '이사회가 오너 리스크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서한을 보내 시장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