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이사회에서 ESG 정책을 총괄하는 ESG위원회는 어떤 이사들이 주도하고 있을까. 외부 의결권 자문사 ESG 등급이 높은 대형 상장사 중심으로 ESG위원회 위원장 면면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대학교수 출신 여성 사외이사에게 위원장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기업 ESG 활동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교수 직업 특성 상 높은 기준을 가진 것이 주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theBoard가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지난달 말 발표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중 ESG 등급 최상위 등급에 오른 50개 회사 이사회 면면을 분석한 결과, ESG위원회를 비롯해 유사 역할을 하고 있는 소위원회를 여성 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비중은 38%에 달했다. 국내 상장사 전체 사외이사진 중 여성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자체 평가 모델을 구축해 매년 두 번 상장사 ESG 활동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한다. 올 상반기는 129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산 규모별 ESG 평가를 실시했다.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의 경우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ESG위원회 현황을 위주로 분석했다. 최상위 ESG 등급 50개 기업 중에서도 별도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6곳에 달했다.
해당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현직 교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당 19명의 여성이사 중 10명(52.6%)이 현직 교수였다. 구체적으로는
현대백화점의 권용옥 사외이사,
풀무원의 심수옥 사외이사,
DL이엔씨의 인소영 사외이사,
HD현대인프라코어의 강선민 사외이사,
LG이노텍의 이희정 사외이사,
롯데정밀화학의 윤혜정 사외이사,
한화에어로의 김현진 사외이사, NH투자증권의 강주영 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들 사외이사들이 적을 두고 있는 대학은 다양했다. 서울대(김현진
한화에어로 사외이사와 윤혜정
롯데정밀화학 사외이사)와 성균관대(이의경 아모레퍼시픽 사외이사, 심수옥
풀무원 사외이사) 소속 교수가 각각 2명씩 가장 많았고 고려대와 중앙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카이스트 재직 교수들도 상장사 ESG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전공 분야는 경영학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법학과가 2명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장사 여성 사외이사는 "기업의 한해 살림살이를 검토할 때 재무 전문가가 이 분야 지출이 너무 크다고 지적할 때, ESG 담당 이사는 '아니다, 이 분야에 이 정도는 써야 한다'고 반박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사회 내에서 문제 해결과 관계 능력이 중요한 자리"라고 설명하면서 "여성의 경우 더 세심하고 교수의 경우 높은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의 한 여성 전직 사외이사는 "여성 이사가 남성 이사보다 이사회 다양성 측면을 세심하게 볼 수밖에 없는 건 맞는 이야기"라면서 "이사회 구성원 다양성 문제부터 법인 내 여성 임원 비중, 장기적 환경 규제 대응 정책 등은 여성 입장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성 중심의 이사회에서 특별히 여성 이사의 이 분야 의견은 돋보이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인 출신 여성 사외이사도 5명을 기록했다.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김경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외이사가 ESG위원회 위원장에 이름을 올렸고 아산나눔재단 이사인 엄윤미
LG유플러스 사외이사, 한국IBM컨설팅 대표 김현정
한국콜마 사외이사, 전 한국코닝 대표 이행희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외이사가 대표적이었다. 법조인 출신 ESG위원회 위원장은 2명(최혜리 삼성증권 사외이사, 이윤정
삼성전기 사외이사)이었다.
이사회 의장이 ESG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LG이노텍의 이희정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ESG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이 ESG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한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 부여를 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만큼 이사회 역량이 집중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순 있겠다"고 해석했다.
ESG위원회 위원장 남성 비율은 50%에 달했다. 남성 ESG위원장 역시 교수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재직 대학은 고려대가 3명(김재환
LG생활건강 사외이사, 김언수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외이사, 조명현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 연세대가 3명(박동진
유한양행 사외이사, 이무원 현대GF홀딩스 사외이사, 정갑영
대한항공 사외이사)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는 2명(윤석화 KCC 사외이사, 김화진
현대모비스 사외이사)이었다.
남성 ESG위원회 위원장 중 기업인 출신은 5명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 고문으로 재직 중인 변
대상 네이버 사외이사와
부광약품 부회장인 서진석
OCI홀딩스 사외이사, 변종오
KCC글라스 대표(사내이사),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이상호 교보증권 사외이사,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로 일한 채수일
SK네트웍스 사외이사 등이다. 사내이사 중에는 서진석
OCI홀딩스 사장과 변종오
KCC글라스 대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