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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SG, 이사회 역할은

급변하는 환경 속 규제 대응방안 고심

①이사회 내 ESG 전문가 부족 지적…실질적 대응능력 갖춘 인사 필요 목소리

이돈섭 기자

2025-07-07 15:36:52

편집자주

ESG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환경(E)과 사회(S), 거버넌스(G)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의 다양한 활동 내용을 포괄하는 ESG는 최근 정권 교체 시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theBoard는 기업의 ESG 경영 환경 변화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이사회 차원에서 모색해본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각 기업 경영 환경도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기업들의 ESG 활동에 대한 수요 확대다.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기업 이사회 활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거버넌스 변화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 이사회에서 ESG 정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 다시 떠오른 ESG 화두…실질적 성과에 관심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다양한 에너지 환경 분야 어젠다를 제시했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근 통과하면서 핵심 자본시장 공약을 달성한 이재명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는 SNS에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국내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0일 3년 6개월만에 3000선을 돌파한 후 현재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기업 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주주환원이 본격화할 경우 상승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 개선은 기업의 사업 재편과 리스크 강화로 이어지면서 ESG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면서 "ESG의 각 요소는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E)과 사회(S), 거버넌스(G)의 영문 표기 앞 글자를 따 만든 조어 'ESG'가 시장에 등장한 건 꽤 오래전이다. 코로나19 확산 시기만해도 ESG 활동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지만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등 각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IT 업종 중심의 랠리가 펼쳐지면서 ESG 테마는 시장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도 과거에 비해 ESG 투자 규모와 열기가 작아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ESG 투자 기조가 사라진 건 아니다. 국내 ESG 투자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기존 기업과의 대화 범위를 지난해 기후변화와 산업안전 등 두 분야로 확대하는 등 ESG 투자를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다. 해당 ESG 투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정권 교체를 계기로 ESG 투자 성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투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정책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새 정부 하 그린워싱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고 ESG 공시 의무화 등에 대한 향후 정책에 대한 대응 논의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ESG 관련 거버넌스를 구축하면 외부 평가등급이 올라갈 수 있고, 이 경우 자본시장 자금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주가를 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스틴베스트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연결 기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 중 ESG 평가 상위 50개 기업 명단 [표=서스틴베스트]

◇ 사외이사 수요는 더 커지는데 ESG 전문가 부족

문제는 기업 이사회다. 새 정부가 ESG 분야 정책을 계속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업과 대화를 추진할 때 기업 이사회 멤버와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곤 하는데,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 인사를 이사회에 기용한 경우는 드물다는 전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를 기업 레퓨테이션 유지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비행기 착륙 사고에 휘말렸던 제주항공의 경우 안전경영 거버넌스에는 사외이사 자리가 없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제주항공은 대표이사가 몸담고 있는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가 수년 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흡수해 안전관리를 총괄하고 있는데, 이 위원회에는 사외이사 자리가 없다. 제주항공은 변호사 출신의 기업인과 현직 변호사, 전직 은행 임원 등으로 사외이사직을 꾸려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ESG 정책을 총괄하는 ESG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고 사회 저명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해 ESG위원회에 참여케 하고 있지만 수년 간 대규모 현장 사고를 피해갈 순 없었다. 김형준 ESG학회 감사는 "산업안전 사고의 경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에 집중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고 내재 가능성 등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총괄 담당자가 업무에 깊게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모범적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매년 반기별로 ESG 우수 등급 기업을 발굴해 발표하는데, 지난달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417곳 중 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49개사로 집계됐다. 전체의 11% 가량만 우수 등급을 받은 셈이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기업마다 거버넌스 형태는 제각각이라 표준화할 수 없지만 투명성이 높으면 대응력도 이에 대응한다"고 언급했다.

기업 이사회 내 전문가 채용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의 상장사는 독립이사(기존 사외이사)의 이사회 내 비율을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해야 한다. 써치펌 관계자는 "그간 우리나라 사외이사 풀이 크지 않았는데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수요가 더 커지면서 기업들의 사외이사 영입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