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다시 ESG, 이사회 역할은

'껍데기' ESG위원회, 단순 IR 보고 기관 전락 막으려면

②일부 기업 ESG워싱 꾸준히 도마 위…전문가 "인센티브 도입 필요" 목소리

이돈섭 기자

2025-07-08 14:55:50

편집자주

ESG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환경(E)과 사회(S), 거버넌스(G)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의 다양한 활동 내용을 포괄하는 ESG는 최근 정권 교체 시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theBoard는 기업의 ESG 경영 환경 변화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이사회 차원에서 모색해본다.
상당수 상장기업들은 이사회 산하에 ESG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 ESG위원회부터 지속가능위원회 등 그 이름은 다양한데, 실질적 역할은 기업마다 제각각이다. 실제 ESG 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추진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구색만 갖춘 기업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ESG 활동이 강화될 것이란 의견과 함께 ESG 정책을 추진했을 때 관련 인센티브가 있어야 기업이 움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상장사 이사회에 ESG위원회가 집중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건 2021년이다. 2021년 전에도 풀무원 등과 같은 일부 기업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설치하고 ESG 활동에 관한 보고를 받고 관련 정책을 심의하곤 했는데 2021년 들어 삼성전자와 KB금융 등 190곳에 육박하는 상장사들이 ESG 관련 활동을 하는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했다. 신규 설치하는 곳이 있었고 기존 위원회를 재편하는 곳도 있었다.

2021년을 기점으로 ESG 활동 소위원회 설립이 급증한 건 정책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3100선을 돌파하는 등 개인 투자자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한창 높아져 있던 때 금융위원회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의무 확대 등을 통해 상장사에 ESG 관련 위원회 설치를 사실상 권고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코스피 상장사 대상 ESG 정보공시 확대 계획을 발표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ESG기준원 등 의결권 자문사 등도 ESG 모범규준 등을 발표하며 금융당국 정책에 힘을 실었다. 해당 모범규준은 이사회를 사회책임경영 거버넌스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기구로 명시하고 ESG 정책 역시 이사회에서 관장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때는 블랙록과 네덜란드연기금 등 세계적 규모의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따지면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단기간에 ESG위원회가 급증하는 데 따른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일부 의결권 자문사 등은 상장사 이사회 산하 ESG 정책 심의 기구가 단순 IR활동에 집중해 실질적 역할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거버넌스위원회를 ESG 정책을 총괄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재편한 2021년 주로 IR동향을 보고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상당수 상장사들이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지만 역할과 기능은 기업마다 제각각"이라면서 "ESG위원회가 자체 의견을 내려면 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가 실질적 독립성을 갖춰야 하는데 완전한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드물다는 점도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ESG 정책 추진이 실질적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ESG를 주요 투자 키워드로 내건 주식형 공모펀드 중 설정액 상위 5개 펀드의 주요 투자종목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KB금융 등 국내 코스피 대형 상장사가 포함돼 있는데 해당 종목들은 ESG 정책이 성장을 견인한다기보다는 ESG 활동을 추진하지 않는 데 따른 리스크가 적은 곳이라는 게 일부 시장 관계자들 주장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ESG 정책 성실 유무만 놓고 주가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ESG 펀드 주요 편입 기업들은 의결권 자문사 ESG 등급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자체 개발한 ESG 평가 툴에 기반해 ESG 등급 최상위 기업 명단을 발표하는데 지난달 발표한 올 상반기 ESG 등급 최상위권 50개 기업 명단에 ESG 펀드에 주로 편입돼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KB금융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일부 기업 이사회 ESG위원회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과거 한 시민단체는 카카오·부영·현대산업개발·태광 등 일부 기업이 ESG 경영을 과장 왜곡한다며 ESG워싱 기업으로 해당 기업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중 카카오의 경우 사외이사 위주의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가조작 혐의와 경영진 폭언 등의 기업 내 문제를 컨트롤하지 못해 위원회의 역할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자산 2조원 이하 상장사 중에는 아직까지 ESG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을 설립하지 못한 곳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ESG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기업들 면면을 보면 기업 규모가 커 ESG 투자 여력이 있는 곳이 상당수"라면서 "정책당국의 ESG 정책 규제도 중요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ESG 정책을 추진했을 때 기업 활동에 어떠한 형태라도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