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은 전직 관료 중에서 특히 검사 이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정부 규제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특성을 감안, 이사회에 형법 소송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전직 검사뿐 아니라 경찰 간부 출신과 전직 군 장성에게도 사외이사 커리어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6년 5개월 간 발표한 482건의 퇴직 공무원 취업심사 결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장·비상장 건설사들은 전직 검사 출신을 사외이사로 기용하고 있었다. 해당 건설사 대부분은 주로 업계 중견 기업들이었다. 해당 기간 모두 6개 건설사가 도합 7명의 전직 관료 영입을 시도했다. 이 중에는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했지만 실제 사외이사로 선임되지 않은 이도 2명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건설사에서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한 전직 관료 대부분이 검사 출신이라는 것. 경찰 간부 출신 인사도 포함돼 있었으며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건설협회 임원을 역임한 이도 건설사
대상으로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했다. 건설사뿐 아니라 부동산 관리 업체로 시야를 넓힐 경우 국방부 장성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한 것도 특이 내용 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사가 타 업종 기업과 비교해 전직 검사 출신 인사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이사회 차원에서 법률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는 각종 정부 규제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 내 법률 전문가와 규제 관련 전문가 수요는 꾸준했는데 최근 수년 사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비롯해 최근 연이은 상법과 노동조합법 개정 등으로 그 중요성은 유례없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제 막 공직을 떠난 전직 고위 검사 기용에 적극적이었던 건설사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대구고검 검사장과 법무연수원 국제형사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황철규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를 지난해 사외이사로 기용했다. 법률 및 국제 전문가로 다양한 회사 현안에 대해 전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 사외이사 기용 전에는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에게 이사회 활동 기회를 제공했다.
태영건설도 전직 고위 검사를 이사회에 영입했다.
태영건설은 제주지검 의정부지검 검사장으로 2017년 공직을 떠난 이명재 전 검사장을 2019년 사외이사로 기용했다. 이 전 사외이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18기를 수료, 사법연수원과 법무연수원 부원장과 제주지검과 의정부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사외이사 후임으로는 검사 출신 전직 법무부 차관 이창재 변호사가 선임됐다.
호반건설
대상으로도 전직 검사장 인사가 2020년 2월 취업심사를 신청해 실제 승인도 받았지만 실제 사외이사 취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호반건설은 코스피 상장을 계획하고 사외이사 기용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관련 일정을 미루면서 사외이사 취임이 무산됐다. 호반건설 이사회는 현재 김상열 회장 아내인 우현희 이사와 김 회장 아들인 김대헌 이사 등 5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경찰청과 군 출신 인사의 이사회 진입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동원건설산업은 올초 이문수 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치안감)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포항 소재 에스아이건설 역시 경찰 간부 영입을 시도했다. 지난해 부동산 관리 사업에 주력하는 롯데물산은 2020년 이성한 전 경찰청장(2013~2014)을 사외이사로 기용한 데 이어 지난해 그 후임으로 원인철 전 합동참모의장(2020~2022)을 영입했다.
한편 군 고위 간부 출신이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한 건수는 8건으로 집계됐다. 취업심사 신청 당시 직급은 대령부터 대장까지 다양했다. 대표적인 이는 2019년 한국항공우주 이사회에 합류한 박종진 전 육군 사령관이다. 이 밖에 한국화이바(현 스페이스프로)와 유에스티, SC엔지니어링,
보령,
SK가스 등 다양한 상장사들이 군 고위 간부 출신의 사외이사 등용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전직 관료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전문성만 보고 기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그 관료가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정치적 성향, 보편적 인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외이사는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 민간 기업과 인연을 맺거나 업무 혹은 학연 등으로 연결된 이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