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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코스닥 톱티어

이사회 최대규모 SM엔터, 외부에서 호평도

②얼라인파트너스 행동주의 변화 촉발, 사외이사 위주 의사결정 구축 외부 호평

이돈섭 기자

2025-12-12 08:45:05

편집자주

코스닥 상장사 거버넌스는 열악하다. theBoard가 올해 실시한 상장사 이사회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기업은 1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온 기업도 있다. 오너의 의지, 주주 구성, 사업 성격 등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벌여온 기업들이다. theBoard는 코스닥 시장에서 찾은 거버넌스 우수 톱티어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코스닥 상장사 중 최근 3년 사이 가장 드라마틱한 거버넌스 변화를 겪은 곳은 단연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으로 이사회가 새로운 경영을 시도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지금의 SM엔터 거버넌스 구축으로 이어졌다. 변화가 비록 타의에 의한 결과이긴 하지만 코스닥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사회 변화가 이뤄지면서 외부 거버넌스 평가 등급이 상승하기도 했다.

◇ 코스닥 최대규모 이사회, 변화의 시작은 행동주의 펀드

현재 SM엔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6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지금의 이사회 구성이 자리 잡은 것은 올 초 정기주총에서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사내·외이사 4~5명으로 구성돼 있었던 SM엔터 이사회는 2023년 이사 수를 10명으로 확대했고 올 초 사외이사 1명 더 추가해 지금의 규모로 개편했다. SM엔터 이사회 규모는 KNN과 농우바이오와 함께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크다.

SM엔터 이사회 구성 변화에 불씨를 긴 건 펀드였다. 2021년 출범한 사모펀드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엔터 지분 1%가량을 확보한 뒤 2022년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면서 주주 행동주의를 전개했다. 얼라인 측은 SM엔터와 이수만 당시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 간 일감거래 종료를 비롯해 이사회 경영체제 전환 등을 요구했다. 주주제안으로 감사 선임을 제안, 주총에서 안건을 관철는 데 성공키도 했다.

당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등 4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얼라인 측 요구를 수용해 2022년 10월 일감거래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한발 더 나아가 이듬해 카카오 측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로 결정, CB 발행과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시 최대주주(18.5%)였던 이수만 총괄은 이를 경영권 탈취 시도로 여겨 법원에 신주 및 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소를 제기하고 하이브 측에 지분을 매도했다.
왼쪽부터 이성수 탁영준 전 SM엔터 공동대표이사. 2022년 두 대표이사를 포함한 당시 SM엔터 이사회는 얼라인 측 건의를 받아들여 2023년 하이브카카오 간 주식 공개매수 경쟁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미지=SM엔터]
법원이 이수만 총괄 손을 들어주면서 카카오의 신주 인수를 통한 주식 확보는 어려워졌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 지분을 추가 확보하려고 했는데 카카오가 맞불을 놓으면서 지분 경쟁이 붙었다. 공개매수 경쟁이 한창이던 때 하이브는 돌연 지분 추가 획득을 포기, 결국 카카오가 40%에 가까운 지분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고 이사회에 카카오 얼라인 측 인사를 비롯해 신규 사외이사가 대거 기용되기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당시 카카오 자산 규모에 이렇다 할 변화가 인 건 아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최소 3명 이상 선임해야 하고 사외이사의 이사회 내 비중도 5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2023년 이사회 개편 당시 카카오 자산은 1조원 수준이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25% 수준으로 유지하면 그만이다. SM엔터의 한 사외이사는 "경영의 주체를 이사회로 옮기려는 자발적 시도였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주도 의사결정, 외부 거버넌스 등급 두 단계 껑충

최근 3년 사이 SM엔터 거버넌스 변화는 단순히 이사회 규모가 커진 데 그치지 않고 질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SM엔터 이사회 의장은 그간 줄곧 대표이사가 겸직했는데 이사회 개편을 시작으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변호사 출신의 펀드매니저 김규식 사외이사가 의장으로 선임됐고 지난해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인 문정빈 사외이사가 의장으로 새로 뽑혀 현재까지 이사회 논의 등을 주도하고 있다.

질적인 차원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SM엔터는 2022년 이사회 논의를 통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하기 시작, 매년 새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3년 이사회가 개편된 이후에는 이사회에서 해당 보고서 관련 의제를 논의하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보고서 발간은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SM엔터의 경우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해당 보고서 의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사회 내 변화는 외부 평가결과 개선도 이끌어냈다. SM엔터는 2023년 한국ESG기준원에서 거버넌스 분야 B+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1년 전 D 등급에서 두 단계 상승한 것이었다. 주주제안으로 신규 감사를 선임한 이력을 비롯해 이사회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관련 의제를 논의한 사실, 체계적 교육을 진행한 것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SM엔터 거버넌스 등급을 B+로 유지한 바 있다.

SM엔터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달라는 건의도 나왔는데 카카오 측이 계열사 임원 스톡옵션 행사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시장 관계자는 "거버넌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어떤 주주로 소유 구조가 짜여 있는가다"라면서 "이수만 총괄이라는 개인이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을 때 이사회 역할과 기능은 지금과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수만 전 총괄 지분을 매입한 하이브 측은 올 상반기 중국 텐센트 측에 매각, 주주 구성이 변하기도 했다. 현재 SM엔터는 카카오(21.6%)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19.9%) 등이 도합 41.5%를 보유하고 있고 텐센트가 9.7%를 갖고 있다. 텐센트 측이 내년 주총 SM엔터 이사회 측에 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는 사업적 측면에 한해 얘기가 오간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