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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사외이사 중도하차…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한계

전문가들 "최대주주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이번 사태 계기로 매뉴얼 구축해야"

이돈섭 기자

2025-12-18 17:29:41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우리나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임기 중 자격요건 미달을 이유로 중도하차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KT의 조승아 사외이사(사진)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당연퇴직 수순을 밟은 것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KT 이사회 운영 차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 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조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미리 점검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내년 주총을 앞두고 최근 조승아 사외이사에 대해 사외이사 후보군 자격 심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조 사외이사가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선임돼 재직하고 있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7.9%를 가진 최대주주다. 최대주주의 계열사에 속한 이사가 KT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셈인데 현행 상법 상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이 법인 이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에서는 KT의 사외이사 자격 심사가 수시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이 KT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해 9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를 거쳐 최대주주 등극 승인을 받았다. KT가 최대주주 변경 시기에 맞춰 사외이사 자격 심사를 실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른 시점부터 조 사외이사는 사실상 사외이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잃어버린 셈인데 조 사외이사는 최근까지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차기 CEO 선임 작업에 관여한 점이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시장 관계자는 "분기별 정기보고서 발간 시 등기이사 대상 이사 자격 여부를 모니터링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이 비판이 지나치다는 데 입을 모은다. KT를 포함한 금융지주 등 소위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시 내부적으로 레퍼러넌스를 체크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주총을 앞두고 해당 절차를 가동할 뿐 상시적으로 이를 점검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코스피 상장사 코웨이는 주총 전 사외이사 자격 요건 등을 심사하면서 겸직 내용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 경영대학 교수는 "시기적으로 따져봤을 때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그 뒤에 KT 사외이사였던 조 사외이사가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이사 자격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곳은 엄밀하게 현대제철 측이 맞는다"라면서도 "이번 내용을 사법적 이슈로 해석하기보다는 이사회 운영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혹은 행정적 처리 문제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행 상법 조항 제정 취지가 최대주주 경영진의 자기 이익 재생산을 견제하기 위한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7.9%를 갖고 있는데 이 지분으로 KT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족하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상법 취지를 감안했을 때 최근 CEO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은 현행 상법을 지나치게 자기에 유리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조 사외이사 당연퇴직 이슈가 주목받은 것 자체가 소유분산기업 거버넌스 일면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문성 변호사는 "대부분 기업은 분명한 지배주주가 있어 지배주주 변경 시 사외이사에 어떤 결격 사유가 있는지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서 "최대주주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소유분산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로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언제든지 펀드 등 일반주주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이번 일을 계기로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갖출 필요가 생긴 것"이라면서 "거버넌스에 변화가 있을 때 사외이사 자격 심사를 상시 이행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일부 상장사의 경우 분기에 한 번씩 구두로나마 자격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