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아
KT 전 사외이사(
사진) 중도퇴임 후폭풍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KT 이사회가 최대주주 변경과 차 회장 선임 절차 착수라는 중대 국면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충분히 점검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KT 이사회 사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공시 규제 강화 등 추가 조치를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현실을 고려했을 때 사외이사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상시 점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기업은 사외이사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와 진술에 의존해 독립성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 이마저도 실제 점검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오는 주총 직전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일부 주주 지적으로 사외이사 후보 과다 겸직 문제가 불거지자 사외이사 후보가 주총 직전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사외이사 독립성 체크 여부를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상법 개정 이후 주주 권리가 강화되고 이사회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T 조 전 사외이사 사임 이슈도 부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주 권리가 앞으로 점점 강화하면서 이사진 구성과 이사회 운영에 더 엄격한 잣대들이 들이내밀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KT 사외이사 사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KT 거버넌스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KT는 전통적인 오너 기업과 달리 소유가 분산된 구조를 유지해 왔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핵심 기구로 기능해 왔다. 이런 구조에선 이사회 구성의 정당성과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 전 사외이사 퇴임 논란이 이사 개인의 자격 문제를 넘어 이사회 운영 전반의 신뢰성 문제로 확산된 이유다.

이 때문에
KT 대주주가 국민연금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바뀐 지난해 3월 말과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착수한 이달 초 사외이사 자격 요건 재점검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유가 분산된 기업은 경영진 권한이 자칫 비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독 견제할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조 전 이사 퇴임을 이사 개인 차원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 전체 운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부분 기업이 사외이사 독립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재직 중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독립성 유지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지 명시한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지난 7월 상법 개정으로 독립이사 제도가 도입되고 제도 도입 취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분기별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사 독립성 여부 체크를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선 이사회가 이사진 독립성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거나 기계적으로 체크한 정황이 드러난 경우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관찰되곤 한다. 이사진 독립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 근거가 부재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 유지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사회 측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져 자칫 이사회 구성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부 주주들이 대표 선임 절차 중 불거진 이사회 운영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이 건에 한정해 소송을 제기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면서 "기업에 사외이사 독립성 확인 절차를 강요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승소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주주들이 해당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이사회 운영 프로세스 개선의 기회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이사회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계열사 간 합병과 폐쇄기업화 거래 등 기업 이해관계자 간 이해상충이 존재하는 거래에서 이사회는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외이사를 포함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특별위는 기업이 이사회 안팎에 자율 설치해 운영하는 비상설 임의기구로 이사회 의사 결정을 자문하는 역할에 주력하게 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상법 개정안을 현실에서 구현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수 기업들이 이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주주 충실의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 여부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 관계자는 "
KT 회장 선임 절차에서 조 전 사외이사가 빠졌다고 한들 이사회 의사결정 방향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정당성 그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