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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이사회 계보 분석

내부추천의 굴레…과점주주 추천 이사에 대한 고민

[과점주주]②"반대 전적, 레퍼런스 체크에 포함"…추천 경로보타 선임 후 독립성 확보가 핵심

허인혜 기자

2026-01-15 11:04:07

편집자주

금융지주 이사회를 두고 자기 사람과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는 늘 이사진을 선임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인물들의 과거 연혁, 경영진과의 교집합과 임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회장과 이사회가 운명공동체라는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그동안 어떤 뿌리에서 내려와 어떻게 구축돼 왔을까. 금융과 법률, 공공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하는 데도 왜 그 적정성을 공격받나. 더벨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과 인선 경로, 주요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등을 따라가 금융지주 이너서클이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역추적한다.
금융지주 이사회 멤버들의 영입 코스는 어디일까. 공시상 99%가 이사회 추천 인사로 분류된다. 우리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 등이 과점·주요주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아 일부 이사를 선임한다. 다만 최종 단계에서는 사외이사(임원)추천위원회의 적격성 심사를 거친다. 결과적으로 공시상 최종 추천인에는 해당 위원회가 명시된다.

금융지주 거버넌스에 정통한 관계자들과 전현직 사외이사들은 과점주주 등 주주추천 제도만으로는 독립성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추위가 인물 면면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경영진과의 호흡이나 조직 적합성 같은 요소가 함께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추천 주체가 분산돼 있다는 점만으로 이사회 운영이 독립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직 과점주주 추천 이사들이 다른 이사들과 상이한 의견을 낸 전적이 없다. 다만 과점주주 등의 주주추천 제도 자체는 견제의 밑거름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효용성이라는 지적이다.

◇과점·주요주주 추천 사외이사는 독립적일까

TheBoard는 2025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하고 2026년 1월 금융지주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를 참고해 10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76인과 10대 금융지주 회장,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현직 중 주요주주의 추천으로 배석한 예시가 있고 회장 선임과 재선임 국면에서 표결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포함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과점주주 추천 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지정한다. 신한금융도 주요주주와 설립 자본인 재일교포 측의 추천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한다. 제도적으로 회장 단독 영향력을 차단하는 장치다. 다만 과점주주 추천이나 주요주주 추천제도는 '주주추천'으로 회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보장하는 주주제안과는 다르다.


공시에서 추천인으로 기재된 주체를 기준으로 보면 이사회와 산하 소위원회 바깥에서 추천을 받아 선임된 사례는 사실상 제한적이다. 과점주주 추천이나 주주추천 제도를 운영해도 이사회의 최종 승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점주주 등 외부추천 인사들의 독립성은 여전히 숙제다. 각 금융지주의 사추위 후보 검증 구조도를 보면 외부 추천 후에도 결국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면접과 개별 접촉 등을 통해 조금 더 경영진과 비전이 맞는 인재를 뽑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전현직 사외이사와 관계자들은 전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주추천을 한다고 해도 바로 후보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면접과 평판 조회, 개별적인 면담까지 거치며 인물 면면을 시험하고, 그 기준에는 얼마나 경영진과 친화적일 것인가도 포함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우리금융지주는 푸본현대생명 측 윤인섭 사외이사, 유진PE 측 김춘수 사외이사, 키움증권 측 김영훈 이사, 한국투자증권 측 이강행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지주는 곽수근·배훈·이용국·양인집 이사가 주주추천으로 이사회에 들었다. 또 김조설·전묘상·배훈·진현덕 이사의 경우 재일교포이거나 일본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운영과정도 보는 선진국, 반대의견 '전무'한 국내 금융지주

다만 이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보면 추천 주체가 분산돼 있다는 점이 곧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신한·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반기 기준 이사회 안건 통과 절차를 살펴보니 반대의견이 전무했다.

물론 반대의견이 없다는 것만으로 독립적이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러 전현직 사외이사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최종 결론까지 토론의 시간이 길고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는 게 통상적이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관행'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반대 의견을 내온 주주제안 사외이사들의 선례가 있으므로 주주제안 사외이사의 의견 피력이 더 독립적이라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또 사외이사들의 반대 의견이 전무한 배경으로 연임 불발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의 경우 레퍼런스 체크에 이 부분이 포함된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사회에 진입하는 구조를 짚었다. 이사회 자료와 보고는 결국 대표이사가 임명한 조직에서 올라오니 사외이사는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상태인데 임기를 위해 회장과 가까워지고 싶어지는 유인이 생기니 의사결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대주주나 기관투자자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다만 추천 주체보다 중요한 것은 선임 이후의 독립성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추천 이후에도 추천 주주와의 관계 유지 여부, 의결 행태, 연임 과정에서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독립성을 판단한다. 반면 국내 금융지주의 과점주주 추천 이사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선임 이후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별도의 독립적 행보를 보인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제도 자체는 '견제 장치'…임기 운명공동체 살펴야

반면 과점주주의 추천 후보의 이사회 진입 장치 자체를 무력하게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독립성 논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신한·우리처럼 과점주주에 일정 TO를 배정한 구조는 최소한 CEO가 원하는 사람으로만 이사회를 채우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견제"라고 평가했다.

대주주가 뚜렷하지 않은 주요 금융지주들의 상황을 볼 때 대표이사 눈치보기가 구조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데 이를 막는 역할이 과점 주주 추천 이사들에게 주어진다는 이야기다. 최소한 CEO가 원하는 사람으로만 이사회를 채우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견제라고 부연했다.

실제 사례로는 3년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국면이 거론된다. 그는 "현 임종룡 회장이 처음 선임될 당시 임추위 표결이 한표차 박빙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봤다.

다만 새 회장의 취임과 이사회 물갈이가 함께 이뤄진다면 이런 견제 기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지주는 7인의 사외이사 중 6인이 임종룡 회장의 초임 취임 시기인 2023년 이후 선임됐다. 최근 진행된 임 회장의 연임 안건은 전원 일치 찬성으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