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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산정 시스템 점검

주총 앞두고 주주 이해관계 피해라…보수 체계 '개편' 시동

①남양유업 대법원 판결 이후 모니터 강화…주주 겸 이사 등 이해관계인 검증 확대

이돈섭 기자

2026-01-21 10:58:40

편집자주

올 3월 정기주총 시즌 다양한 기업의 이사 보수 체계를 둘러싼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시작으로 상법 개정과 해외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시장 내 상당한 잡음이 일 전망이다. TheBoard는 기업 보수 체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을 짚어보고 거버넌스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올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의 이사 보수 체계를 향한 주주들의 시선이 한층 매서워지고 있다. 주주인 이사가 주총에 참여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지난해 상반기 확정되면서 실무적 대응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법조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관행처럼 처리돼 온 주총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역시 검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남양유업 사건이 초래한 '이사 보수한도 이슈' 본격화

올 주총 시즌을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는 이사 보수 설정 방식이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주총에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이 올라왔을 때 주주인 이사는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해 해당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주주인 이사가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건 자신의 보수 한도를 스스로 높이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판결은 기존 실무 관행와 결을 달리 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기존에는 개별이사 보수를 구분해 이사별 보수한도 혹은 특정 보수액을 정하는 경우 주주인 이사의 특별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이사 전체에 적용되는 보수한도 인상 승인 안건에는 이해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주주인 이사의 의결권 인정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 대안으로 의결권 위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이사가 주식을 한 주만 갖고 있어도 이해관계가 있다고 여겨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해당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오너 경영인이 지분 절반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 자칫 해당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기업은 주총 전 이사를 사임하고 안건을 통과시킨 다음 다시 이사로 선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남양유업]
이 논란은 남양유업에서 시작했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2023년 정기주총에 이사 보수한도를 5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을 올렸고 당시 개인 최대주주였던 홍원식 회장(사진)이 해당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남양유업 감사는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홍 회장의 의결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주주인 이사가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꽤 자주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확대되고 분리 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가 늘어나면서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주체가 많아진 점도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과거 주총 결의를 소급해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 특별 이해관계가 인정돼 의결권이 제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의가 이뤄진 경우 주총 결의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은 결의일 이후 2개월 이내 제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개정 상법 취지 살려야…“결국 관건은 주주 설득”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들이 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법무부는 최근 해당 이슈 관련 가이드라인을 선보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주인 이사의 의결권 행사가 문제되는 경우 해당 의결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기준으로 정족수를 산정해야 한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은 상법 상 보통결의 사항.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지분을 60% 가진 이사가 있는 경우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주주 상당수 출석과 잔여 지분 4분의 1(10%) 찬성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나머지 주주 의사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주주들이 목소리를 모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 이사 보수한도를 높이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지급한 보수가 한도를 초과하면 세제 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주주인 이사가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결권을 제3자에게 위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 의견은 회의적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주주인 이사가 안건 통과를 위해 우호 주주에 의결권을 위임할 경우 일반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개연성이 크다"면서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리가 강화된 현 상황에서는 이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이사회가 이사 보수한도 안건을 주총에 올리기 전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자료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이사 보수한도를 산정하는 데 정해진 기준은 없다. 이사 보수 수준이 동종 업계 대비 적정한지 이사회 활동과 책임에 비춰 합리적인지 스스로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업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사외이사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기업 이사회에서는 비교적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이슈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사 대상 주식 지급 약정의 적정성 문제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대주주에 지급하는 보수 수준의 합리성에 대한 논의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 상법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보수 수준을 다시 점검하고 생면부지의 주주들을 상대로 보수 구조 전반을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일이 올 주총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