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바이오센서 주식은 코로나 테마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 시기 진단키트 사업으로 상당한 실적을 냈지만 이후 성과가 쪼그라들었고 주가도 상당폭 빠져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성환 SD바이오센서 사외이사(감사위원)는 코로나 시기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가 이후 주가 하락 여파에 상당한 투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으론 원금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최 사외이사는 올해 임기를 마친다.
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은 2020년 9월 재무·회계 전문가로 SD바이오센서 이사회에 등판했다. SD바이오센서는 면역화학 진단과 분자 및 현장 진단, 자가혈당 측정 분야에 주력하는 토종 바이오 기업이다. 최 사외이사 영입 당시 SD바이오센서는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면서 상장 요건에 맞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바빴다. 상장을 목전에 둔 회사의 경우 대부분 IPO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곤 한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를 졸업하고 안진회계법인을 거쳐 현대증권(현
KB증권)에서 근무한 바 있는 최 사외이사는 2017년 이촌회계법인에 합류해 현재 파트너 회계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증권 재직 시절 AP위성과 미래테크놀로지, 화인베스틸, 제로투세븐 등 다양한 기업 IPO 작업에 관여했다. 과거 셀리버리와
KB증권 등에서 비상근 감사로 활동한 이력도 갖고 있다. 상장 준비에 한창인 회사에 최적의 인사였던 셈이다.
최 사외이사는 SD바이오센서 사외이사진 중 유일하게 주식을 취득하기도 했다. SD바이오센서가 2021년 7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고 6개월여가 지난 2022년 1월 최 사외이사는 SD바이오센서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총 1000주를 주당 5만1600원씩 총 5160만원을 직접 투입했다. SD바이오센서 상장 공모가는 5만2000원이었고 상장 첫날 종가는 6만1000원이었다. 상장 초기에 비해 주가는 소폭 떨어진 상태였다.
주식 취득 직전 사업연도 최 사외이사가 받은 보수는 1600만원이었다. 한해 사외이사 보수의 3배 이상의 자금을 주식 매입에 투입한 것은 이사회 책임 경영의 표명이기도 하지만 개인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투자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발발로 진단키트 사업 특수를 누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3640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눈에 띄는 점은 최 사외이사가 주식을 취득하고 수개월여 후 SD바이오센서가 미국 진단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 인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SD바이오센서 이사회는 2022년 3월 해외법인 투자 안건을 결의하고 그해 7월 사모펀드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리디안 지분 전량 취득에 나섰다. 회사가 투입한 금액은 우리나라 돈 약 2조원(15억5000만 달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사회가 2022년 3월 말 해당 안건을 결의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실무진은 그 이전 딜 참여를 검토했을 것이다. 최 사외이사가 주식을 매입한 시점이 딜 검토 초기 단계와 겹쳤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중장기 투자 방향에 대한 논의 흐름을 공유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직전 사업연도 이사회는 17차례 개최됐고 그는 출석률 94%를 기록했다.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메리디안 인수 과정에서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면서 상당 규모의 자금을 차입했고 이는 적잖은 상환 부담으로 늘어났다. 분자진단 시약 사업 기반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팬데믹 종료 이후 진단 수요가 급격히 둔화해 실적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급기야 SD바이오센서는 2023년 3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외부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진단키트 사업 실적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연결)은 2023년 248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와 사업 성과 모두 곤두박질치자 주가는 급격하게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12일 종가 기준 주가는 8520원. 단순 계산으로 최 사외이사의 원금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83.5% 정도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최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식 취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서울 시내 한 종합대학 교수는 "감사위원의 생명은 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라면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감사위원이 완전한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여기기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주식을 갖고 있는 감사위원은 회사 경영진의 낙관적인 상황 판단을 냉철하게 분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최 사외이사 임기는 올해 상법 상 최대임기 6년을 꽉 채우게 된다. 사외이사 재직 중에는 주식 매매 내역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를 떠난 이후 현금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장 직후 주가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말 SD바이오센서는 전체 발행주식의 1.8% 정도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이달 중 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