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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산정 시스템 점검

보상위 독립성 점검하니…아모레·신세계 '셀프 보상' 논란

④RSU 부여 논란에 오너 미등기 이슈도…롯데지주·GS리테일도 해당

이돈섭 기자

2026-01-23 16:07:37

편집자주

올 3월 정기주총 시즌 다양한 기업의 이사 보수 체계를 둘러싼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시작으로 상법 개정과 해외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시장 내 상당한 잡음이 일 전망이다. TheBoard는 기업 보수 체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을 짚어보고 거버넌스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아모레퍼시픽과 신세계 그룹은 상장 계열사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에 사내이사가 이름을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상장사는 사외이사만으로 보상위를 구성해 독립성을 확보하곤 한다. 대주주 영향력 안에 있는 경영진이 보상위에 들어오는 경우 보상위가 자칫 '오너 셀프 보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RSU와 오너 미등기임원 등 추가 이슈가 더해지면 비판의 세기는 더 커질 수 있다.

◇ 아모레퍼시픽, 보상위 독립성에 RSU 논란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경배 회장이 지분 53%(보통주 기준)로 아모레퍼시픽홀딩스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홀딩스 산하에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거버넌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홀딩스는 서 회장을 비롯해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이사회 산하에 경영위원회를 비롯해 감사위, 사추위, 리스크관리위, 내부거래위, 보상위 등 다양한 소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보상위다. 현 보상위에는 채규하(위원장) 이우종 두 사외이사 외에도 이상목 대표도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보상위는 이사회가 주총에 제출할 이사 보수한도 적정성과 임원 보상체계 및 정책에 관한 내용을 평가 심의한다. 이사 보수는 기업 실적 추이과 규모 등을 감안해 보상 구조를 검토한다. 지난해 미국 델라웨어 대법원은 이사 보수 결정 과정 속 보상위 독립성은 필수적 요소인 점을 확인했다.

이상목 대표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현재 주식 4873주를 보유하고 있어 상법 상 특별 이해관계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은 회사와 특별 이해관계 관계에 있는 주주인 이사는 이사 개인 보수 결정뿐 아니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주총 의결에 참여하진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설정하는 데 참여하는 모양새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오너 인사 영향권 내에 있는 전문 경영인이 보상위에 참여하게 되면 오너의 의중이 논의 과정에 스며 들게 마련"이라며 "해외에서 보상위 구성원 독립성이 이사 보수 결정에 필수 요소라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과 SK 등 기업집단 상장 계열사 대부분은 이사회 산하 보상위 멤버를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추위 추천을 통해 선발된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이사진에 RSU를 지급해 온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사회가 RSU 지급 상한선을 심의하긴 하지만 이를 별도 안건으로 주총에 부의하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RSU 제도를 채택한 기업들은 대개 이사 보수한도 안건 내 별도 주석 형식으로 RSU 지급 내용을 적시해 주총 결의에 부친다. 올초 서 회장은 홀딩스 주식 1만8000여주를 받기로 했으나 공시의무 위반 논란으로 대부분을 포기하고 1700주만을 수령한 바 있다.

◇ 신세계 사정 비슷, 오너 미등기임원 활동 눈길

신세계 그룹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세계는 산하에 광주신세계,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다수의 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해당 계열사 이사회 산하 보상위에는 모두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 꼭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복수의 사외이사와 한 명의 사내이사로 보상위를 꾸리는 식이다. 그룹 지주격인 신세계의 경우 홍승오 지원본부장과 곽세붕 김한년 두 사외이사가 보상위를 구성하고 있다.

해당 계열사 보상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내이사가 모회사 신세계 인사권 영향 아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계열사 보상위 운영을 모회사가 좌우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보상 정책을 심의하는 보상위에 사내이사가 포함돼 있는 경우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수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사 보수한도 조정 과정에 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행 요소로 꼽힌다. 신세계는 최근 3년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22년 6454억원에서 2024년 4770억원으로 꾸준히 작아졌는데 이 기간 이사 보수한도 역시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당 기간 신세계 이사회는 줄곧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었고 매년 이사진에 총 40억원 안팎 보수를 지급해 왔다.

다만 오너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점은 거버넌스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신세계 지분 29.2%을 가진 정유경 회장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2024년 정 회장이 받은 급여는 36억원으로 박주형 대표(15억원)의 2배 이상이었다.

이 밖에 롯데지주GS리테일 등이 보상위에 사내이사를 포함하고 있는 상장사로 꼽힌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너의 지배력이 확고한 경우 보상위 운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비교적 작지만 2대 주주의 존재가 뚜렷하고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보상위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총 시즌을 앞두고 점검 차원에서 보상위 구성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