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 시즌에도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사회가 이사에 RSU 지급을 결의하고 관련 내용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포함돼 있는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주들은 RSU 지급 내용을 별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보수 관련 안건 내 각주 형식으로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한 것이 주주 통제를 벗어나려는 의도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실상 주주 통제 밖…오너 지배력 상승 악용 우려 국내에서 RSU 제도를 도입한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한화를 비롯해
두산과
아모레퍼시픽, 유진, 교보,
크래프톤 등이 거론된다. 한화의 경우 지주사격인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2020년 RSU 제도를 도입해 주식과 주식가치연계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성과를 보상하는 기존의 보상 제도 대신 보상 실현 가능한 시점까지 장기 성과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RSU가 사실상 주주 컨트롤 밖에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이사 급여와 상여금은 이사 보수한도에 포함되고 보수한도는 이사회 심의와 주총 결의를 통해 확정된다. 하지만 RSU의 경우 향후 지급 시점 가치를 현재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별도 주총 결의를 거치지 않거나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주석 형식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현재 자사주를 어느 정도 갖고 있고 이중 얼마의 주식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지적이 터져 나왔다. 미국의 경우 임직원
대상으로 RSU를 지급할 때 근거를 명확하게 공시하곤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RSU 지급과 관련한 근거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의 정보전달 방식으로는 주주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RSU는) 주주 감시가 배제되고 자기 보상이 가능한 구조가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국회에서는 이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과거 21대 국회에서는 이용우 당시 의원을 중심으로 기업이 RSU를 부여할 때 부여 방법과
대상, 수량 등에 대한 명시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공시케 하는 법안이 연속 발의됐지만 결과적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에게 RSU를 지급하는 행위는 자칫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RSU 역시 인센티브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사 보수한도에 포함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사 보수한도가 적정한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현재 가치를 산정해 공시하면 되는데 현재 가치를 기재하지 않고 RSU 지급에 따른 결과를 회계 상 별도로 계상하지 않은채 주석 형태로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 RSU를 어떤 식으로 공시하고 회계 처리해야 하는지 정해진 내용이 없다.
◇ 개정 상법이 트리거…"기업이 스스로 구체적 공시해야"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수면 아래에서는 RSU 지급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주주인 이사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RSU 승인 내용은 그간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주석 형식으로 포함돼 왔기 때문에 주주인 이사가 셀프 RSU 지급을 승인하기도 어려워졌다. 다만 그 금액과 규모, 방식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강화된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현행법 상 대주주에게는 스톡옵션을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RSU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RSU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오너와 그 일가 구성원
대상에게도 RSU를 지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있는 건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보수의 일환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향후 요건을 충족하면 자사주를 지급하겠다라는 미래 시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재 가치를 적용해 RSU 가치를 산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면서 "주요 경영진이 RSU를 지급받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동기가 생기면 결과적으로 기업 모든 이해관계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도입하게 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RSU 지급을 결정한 이사회 논의 내용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너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우회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확보한 이사진이 객관적으로 이 내용을 검토했다는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진 보상위원회가 이사회 산하에 설치해야 하고 그 기준과 내용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RSU 지급과 관련한 뚜렷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서 논란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주주 권리 훼손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기업이 자발적으로 알리는 시도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정보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한발 더 나아가 RSU 지급에 대한 동기와 그 방법, 향후 여파까지 주주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