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가 형식적 이사회 평가 관행에 변화를 시도했다. 객관식 문항 중심이던 기존 평가 방식에 무기명 주관식 항목을 도입해 이사회 운영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 통로를 열었다. 금융지주 이사회 평가가 점수 산정에 그치는 형식적 절차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질적 개선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 지배구조 TF가
JB금융지주 이사회 평가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JB금융지주 이사회는 올초 지난해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 올해 이사회 평가가 예년과 달랐던 점은 기존 객관식 문항에 무기명 주관식 문항이 가미됐다는 점이다. 이사진은 해당 문항에 이사회 활동에 대한 의견을 기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은 이사회 평가 항목을 5점 만점의 객관식 문항만으로 구성한 뒤 총점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
JB금융지주 이사회 평가는 크게 3개 항목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이사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이사회 권한 및 책임 △이사회의 소집절차 및 의결권 행사방법 등이다. 각 항목은 많게는 8개 문항 적게는 6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무기명으로 이사회 활동에 대한 의견을 무제한 기재케 하고 이사회사무국이 그 내용을 취합해 공개함으로써 이사회 운영 개선을 유도한다.
JB금융지주가 무기명 주관식 문항을 넣은 건 2023년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모범관행에는 외부 기관 컨설팅을 받아 이사회 평가 항목을 고도화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부 기관은 이사회 평가 항목에 이사 개인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내용을 일부 사외이사가 지난해 하반기 정기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다.
당초 이사 개인 평가에도 무기명 주관식 문항을 삽입하자는 건의도 제기됐는데 이사회 전체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 평가에 먼저 해당 문항을 도입하고 향후 이사 개인 평가에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이사회 이사들이 이사회 운영 사항을 비롯해 모든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는 데 평가 정책 변화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기명 주관식 문항을 가미한 효과로는 무엇보다 평가 결과에 대한 구체적 대책 근거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는 모두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복수의 객관식 문항에 그쳐 평가 점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일부 금융지주는 이사회 평가 및 이사 개인 평가 결과를 보수 책정 근거로 삼기도 하지만 평가 결과가 상향 평준화돼 있어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실질적인 이사회 평가 기능을 제고하면 이사회 운영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이사회 평가는 사실상 형식적인 행위에 그칠 때가 많았다"면서 "현재 금융지주 거버넌스 개선을 화두로 금융당국이 TF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사회 평가의 실질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 항목 내 주관식 문항 삽입을 의무화해 이사회 활동의 근거를 남기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외부기관에 의한 이사회 평가를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외부기관이 이사회 지원조직에서 수주를 받아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표이사 영향력이 이사회 평가 결과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이사회 논의 사항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로선 일부 금융지주가 외부기관에 이사회 평가 툴을 만들게 하고 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회사 측에 전달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 평가 대안으로 이사회 평가를 주도하는 주체가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추천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이사회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여부가 중요해졌다"면서 "지금의 평가 방식으로는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없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JB금융지주는 이달 말 정기주총을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안건을 비롯해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변경 안건, 사외이사 재선임 및 신규선임 안건 등을 표결에 부친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는 백영환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 변호사와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올랐다. 이 밖에 2024년 주주 추천으로 이사회에 진입한 김기석 이희승 등 두 사외이사 포함 총 4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