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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정치색 뚜렷한 인사는 배제…이사회 독립성 향한 의지"

손성규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이사회는 팀조직, 구성원 책임감 중요"

이돈섭 기자

2026-02-23 15:09:58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독립성을 추구하기 위해 그간 부단히 애써왔다. 이사회 운영 제도로서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로 햇수로 4년째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성규 사외이사(사진)는 정치색 뚜렷한 인사를 배제하는 것이 독립성 확보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이사회에 대한 외부 간섭 여지를 차단하고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소화해 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손 사외이사는 30년 넘게 대학교수로 활동해 왔다. 1959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버클리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시립대 조교수를 거쳐 1993년 연세대 교수로 임용돼 최근 정년퇴직했다. 롯데쇼핑STX엔진, 유니온스틸(현 동국제강), 서울보증보험, 제주항공, KB생명보험, HD현대건설기계, 삼성자산운용 등 다양한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 "이사회는 팀 조직…외풍 논란 원천 차단해야"

독립성은 명실상부 이사회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중요 가치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사회에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사회가 자기 역할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은다. 방법과 형식이 다를 뿐 오너십이 뚜렷한 기업과 소유분산 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외부 간섭을 차단하고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의 역할을 소화해 내기 위해 그간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실제 운영해왔다.

2022년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돼 현 회장 인선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 손 사외이사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의 중요한 기준으로 정치색 배제를 꼽는다. 누군가의 정치색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를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리스크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은 직접적인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손성규 사외이사 제공]
손 사외이사는 "특정 정치인의 캠프 활동에 참여했거나 어떤 정치 세력과 직접적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는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면서 "이사회는 팀으로 움직이는 조직인데 팀 구성원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고 판단한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회장 선임이나 안건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풍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산하에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도 꾸리고 있다. 외부 자문단이 이사 후보군을 추리면 이추위가 최종 후보를 낙점해 주주총회에 올려 투표를 득하는 식이다. 자기 능력을 인정받아 고위직에 오른 인물과 정치적 네트워크 기반으로 출세한 인물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사 후보의 진면목을 파악고자 한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데 재직 기간과 연령 순으로 1년마다 재선임하면서 이사회 권한 집중 현상 가능성을 방지하고 있다. 소유분산 기업에는 대리인(이사)이 주주와 이사 간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해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기본 원칙을 사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올 연말께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착수한다.

◇ "복잡한 이해관계 속 균형 잡아야"…책임감 강조

이사회 독립성을 높기 위한 중요한 장치 중 하나는 이사회 평가 시스템이다. 이사회 전체뿐 아니라 이사 개인 이사회 활동 면면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시함으로써 이사회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노린다. 포스코홀딩스는 2010년 이사회 평가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이사 개인에 대한 시범 평가를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이사회에서 평가 작업을 추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손 사외이사는 "이사 평가 제도의 도입 목적은 이사회 활동의 긴장도를 끌어올림으로써 (당장은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 연임 판단을 내리는 의사 결정에 유의미한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면서 "연임에 찬성하는 쪽은 이사 전문성을 강조하는 반면 연임에 반대하는 쪽은 독립성을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연임 여부 판단은 이사회 스스로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국내 시장에서도 소유와 경영이 점차 뚜렷하게 분리돼 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른바 오너가 일원들이 경영에 관여하는 지배구조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자리 잡으려면 내부적 자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제반 환경이 바뀐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모 기업의 경우 사실상 사외이사 3년 단임제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이사회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는 게 손 사외이사의 해석이다. 각 기업 사정은 제각각이라 특정 모범 규준을 만들어 일괄 적용하긴 힘들다. 소유와 경영이 따로 떨어져 있든 결합돼 있든 모든 거버넌스 모델은 각기 장단점을 갖기 마련이다. 각자 사정과 형편에 맞는 최적의 거버넌스를 찾아가는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하다.

손 사외이사는 "교과서 속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독 견제하는 기구로 단순 묘사되곤 하지만 현실 속 이사회는 여러 이해관계 속 균형을 잡아야만 하는 복합적 조직"이라면서 "이사회 구성원이 책임을 피하지 않고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때 독립성 가치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달 주총을 개최하는 포스코홀딩스는 이사 2명을 추가 선임해 이사회 규모를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