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를 두고 자기 사람과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는 늘 이사진을 선임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인물들의 과거 연혁, 경영진과의 교집합과 임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회장과 이사회가 운명공동체라는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그동안 어떤 뿌리에서 내려와 어떻게 구축돼 왔을까. 금융과 법률, 공공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하는 데도 왜 그 적정성을 공격받나. 더벨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과 인선 경로, 주요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등을 따라가 금융지주 이너서클이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역추적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사외이사로 금융감독기관과 국세청 등 관가 출신을 선호했다. 법조계와 학계 출신이더라도 감독기관의 법무실이나 심사역을 거친 사례가 눈에 띈다. 이사회의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전문 영역은 그대로 유지하는 양상이 관찰된다.
이사회 내 위원회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가·사법 출신 사외이사들은 감사와 리스크·보수·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 배치돼 대내외 통제를 담당했다. 비교적 작은 이사회를 꾸리고 변화를 꺼렸다. 오너인 조정호 회장과 이달 5연임에 성공한 김용범 부회장은 10년 이상 이사회 구성원으로 고정돼 있다.
◇사외이사 13인 중 9인 관가 출신 포진
theBoard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10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동일 기능의 소위원회 포괄)의 계보를 전수조사했다. 분석 대상 기간은 각 지주의 이사회가 처음으로 구성된 때부터 2025년 말까지다. 매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의 이사회는 2025년 3분기 보고서와 2026년 2월 금융지주 홈페이지에 기재된 정보를 참고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11년 출범했다. 출범 후 현재까지 이사회를 거쳐간 사외이사는 13명으로 집계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증권에서 출발한 메리츠금융그룹의 지주사로 보험사와 증권사, 대체투자운용사를 자회사로 둔 비은행계 금융지주다.
역대 사외이사 13인 중 금융감독기관과 국세청, 한국은행 등 관 출신 이력이 명확하게 기재된 인물만 9명이다. 조직 구성원으로 몸담지 않았더라도 관가 위원회에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한 경우에도 이력을 감안했다. 그 밖에도 판사나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무 등을 감안하면 유관 경력이 없는 사외이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초기 상근감사위원으로 활동한 강길만 전 이사도 금융감독원에서 경력을 쌓았다.
구체적으로 김동원·김명직·전광수·이명수·이혁·안동현 전현직 사외이사가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했거나 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오대식·조홍희 전현직 사외이사가 국세청 출신이다. 전광수 전 사외이사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을 모두 거쳤고 이명수 전 사외이사는 법조인이자 금융감독원 법무실 등에 몸담았다. 이혁 전 사외이사도 검찰청과 법무부 등에 속했던 법조인이자 금융감독위원회 법률자문관으로 활약했다.
금융사의 사외이사 도입 초기 보험사와 증권사의 사외이사 인선 분위기도 초기 이사회 구성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2001~2010년까지 관련 보도들을 참고하면 증권사들이 정부와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메리츠증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경원이나 금감원, 금융위 출신 사외이사를 두루 선임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도 리스크 관리 중심
메리츠금융지주 이사회에 설치된 소위원회와 사외이사들이 맡아온 자리도 이사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역대 소위원회를 보면 초기부터 최근까지 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고정적으로 운영됐다.
역대 사외이사들은 산업 실무 자문역보다 감사와 리스크 관리, 보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소위원회에 배치됐다. 또 모수 자체가 적다보니 관 출신 사외이사가 여러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양상도 관찰된다.
2011~2013년 초기 이사회의 사외이사 구성원은 김국주·강성룡·김동원·김명직 전 이사 등이다. 김국주 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장과 보상위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과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을 맡았다. 강성룡 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김동원 전 사외이사는 리스크관리위원, 김명직 전 사외이사는 감사와 리스크, 보상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가 바뀐 2014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진다. 오대식 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과 보수위원, 임원후보추천위원을 맡았고 전광수 전 사외이사는 리스크관리위원과 보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명수 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과 그룹리스크관리위원을, 이혁 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과 리스크관리위원, 임원후보추천위원에 참여했다. 법률과 세무, 감독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리스크 관리 소위원회에 지속적으로 배치됐다. 현재 체제도 다르지 않다.
그래픽=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작은 이사회, 적은 교체…사내이사 고정 속 안정 지향
15년간 13인이라는 역대 사외이사 수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원 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매년 적어도 3인의 사외이사가 참여했다는 점을 참고하면 비은행계 지주사임을 감안해도 모수 자체가 작다.
이사회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같은 구성원을 오래 유지하는 경향을 유지해 왔다. 이사회 총원은 매년 4인에서 7인 사이에서 조정돼 왔다. 조정호 회장과 김용범 부회장이 10년 이상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고정 구성원으로 변화의 폭은 더 제한적이다.
오너인 조정호 회장과 전문 경영인이자 신임이 두터운 김용범 부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이사회의 축이다. 김용범 부회장은 2014년부터 임기를 시작해 이달 5연임에 성공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이사회 의장도 겸했다. 사외이사가 과반을 이루는 시기에도 이사회 운영의 중심은 사내이사 쪽에 있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관 출신 사외이사의 전면 배치와 작은 규모의 이사회, 조정호 회장·김용범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사이클은 결과적으로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영 체제 안정과 맞물려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