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3개월간 공석 상태였던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며 이사회 재정비를 마쳤다.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정관 변경안이 부결되면서 미뤄졌던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재선임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의결됐다.
이번 선임으로
효성중공업은 전력 분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다시 확보했다. 동시에 올해 들어 사내이사 수를 줄이면서 이사회 규모는 지난해 9명에서 7명으로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집중투표제 확대 등 지배구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사회 슬림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정기주총 정관변경 부결로 3개월 미뤄진 이사 선임
효성중공업은 지난 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교수는 2024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박 교수 선임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뒤 후임 선임 시까지 직무를 수행해온 이성근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가 퇴임했다.
박 교수의 재선임은 원래 올 3월 정기주총에서 이뤄져야 했다.
효성중공업은 7월 개정 상법 시행에 대비해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2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면서 이은항 세무법인 삼환 대표세무사와 박 교수를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려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해당 안건에는 이사 수 상한을 16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내용과 재임 이사 3분의 1 이상 추천·유사 업종 5년 이상 근무 등 이사 자격 요건 신설, 임기 조정 등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
출석 주주 찬성률이 58.8%에 그쳐 특별결의 요건(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의결권 지분 10.26%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이 반대로 돌아서는 등 출석 주주 반대 및 기권율은 41.2%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 축소는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한다고 봤고 이사 자격 요건 신설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사 선임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임기 조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외이사 임기를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정관 변경이 부결되면서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 상향도 무산됐고 박 교수 선임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정기주총에서는 이 세무사만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박 교수는 퇴임했고 이성근 이사는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관련 법령에 따라 직무를 계속 수행했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문제 삼았던 이사 수 상한 축소, 자격 요건 신설, 임기 조정 내용을 모두 뺀 수정안을 올렸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을 상향하는 내용만 담았고 이는 의결권 행사주식수 기준 99.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사외이사진에 전력 전문가 복귀
박 이사가 이사회에 복귀하면서
효성중공업은 전력 분야의 전문성을 다시 확보하게 됐다. 박 이사의 복귀와 함께 퇴임한 이성근 이사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선박해양연구소장, 기술총괄, 조선소장을 거쳐 2019년 대표이사에 오른 조선·해양 분야 전문가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이성근 이사는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됐다. 다만 후임 사외이사가 정해지지 않아 관련 법령에 따라 석 달간 직무를 이어왔다. 2일 박종배 교수가 후임으로 확정되면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박 이사는 2001년부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에서 전력계통 최적화와 전력시장 설계를 연구해왔다. 2006~2008년 미국전력연구소(EPRI)에서 연구를 수행했고 2020~2023년에는 한국전력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2023~2025년 대한전기학회 부회장을 거쳐 올해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박 교수에 대해 "
한국전력공사 및 미국전력연구소 재직 경력과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공학 분야의 기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전력설비 제조업체인 당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박 교수의 임기는 2년이며 사외이사 총 재직기간은 이전 임기를 포함해 4년이 된다.
◇9명이던 이사회 규모 7명으로
지난해까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9명이던
효성중공업 이사회는 올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으로 축소됐다. 사외이사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성근 사외이사가 물러나고 박종배 사외이사가 복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요코타 타케시 부사장의 사내이사직 반납이다. 요코타 부사장은 사내이사 임기가 2027년 3월까지 남아 있었다. 전력PU장으로서 미등기임원 직책은 유지하고 있어 경영 일선에서의 역할 변화는 없다. 사외이사 비율 측면에서도 요코타 부사장이 잔류했더라도 법적 요건 충족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가 1년의 임기를 남기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배경에는 오는 9월 시행되는 개정 상법상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에서 주주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아 특정 후보에 몰아서 행사할 수 있다. 이사 선임 규모가 클수록 소수주주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1명을 당선시키는 데 필요한 지분율이 낮아진다.
반대로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가 적으면 그만큼 높은 지분율이 있어야 후보를 관철할 수 있다. 이사회 규모를 줄이면 매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도 자연히 줄어들어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가능성이 낮아지는 구조다.
효성중공업은 정기주총에서 정관상 이사 수 상한을 16명에서 9명으로 낮추려 했으나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됐다. 정관 변경에는 실패했지만 실제 이사회 규모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이면서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의 효과는 일부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