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국민연금 반대로 무산됐던 정관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새로운 정관 개정 안건에는 국민연금이 문제 삼았던 내용이 모두 빠졌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 표심을 잡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개정 상법 시행 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맞추려면 주총 특별결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다음 달 2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부결된 정관 변경 안건을 다시 상정한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올린다.
효성중공업은 오는 7월 분리 선출 감사위원 인원을 2명으로 상향한 개정 상법 시행 전까지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효성중공업 이사회 내 분리 선출 감사위원은 이은항 세무법인 삼환 대표세무사 1명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정기주총 때 개정 상법에 대비한 이사회 개편을 추진했다. 분리 선출 감사위원 2명 이상 선임 등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을 승인받고, 이 세무사와 박 교수를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려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 안건에 제동을 걸면서 해당 안건이 부결돼 박 교수를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정관 변경 안건은 출석 주주 찬성률이 58.8%에 그쳐 주총 특별결의 요건(출석 주주 3분의 2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출석 주주 41.2%는 반대 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효성중공업 지분 10.26%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 축소와 자격 요건 규정 신설, 임기 조정을 문제 삼았다.
효성중공업은 기존 16명이었던 이사 수 상한을 9명으로 줄이려 했다. 재임 이사 3분의 1 이상 추천, 유사 업종 5년 이상 근무 경험 등 이사 자격 요건도 정관에 추가하려 했다. 기존 2년이었던 이사 임기는 3년 이내로 조정하려 했다.
국민연금은 반대 사유를 상세히 밝혔다. 이사 수 상한 축소는 일반 주주의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봤다. 정관을 변경하지 않아도 이사회를 적정 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사 자격 요건 신설은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이사 선임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반대했다. 이사 임기 조정 부분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외이사 임기를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어 반대했다.
효성중공업 이사회는 이번 정관 변경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했던 부분을 모두 제외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을 상향하는 내용만 담았다. 국민연금 지지를 받아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효성그룹 지주사 효성은
효성중공업 지배력이 과반에 못 미친다. 효성(32.47%)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개인 지분(10%) 등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43.97%다. 주총 특별결의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 지지가 필요한 지분 구도다.
국민연금은 효성그룹 다른 계열사 정관 변경 안건에도 반대 표를 행사했지만
효성중공업보다 영향력은 적었다.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화학은 지난 3월 정기주총 때 이사 수 상한 축소, 이사 자격 요건 신설, 이사 임기 조정 내용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효성 지분 7.01%,
효성티앤씨 지분 6.67%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효성화학 지분은 5%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