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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 이사회, 4000억 M&A 베팅…리스크보다 성장

소다아로마틱 인수안 통과시켜 화학사업 확대 지원, 과징금 부담에도 "사업은 타이밍"

이돈섭 기자

2026-06-05 10:58:49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삼양사가 창사 이후 최대 규모급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선다. 4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거래인 만큼 이사회는 재무 부담과 사업 시너지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삼양사 이사회는 리스크보다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삼양그룹 차세대 경영진이 추진하는 화학 사업 확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삼양사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일본 향료·향장 소재 기업 소다아로마틱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일본 도레이가 보유한 지분 66%와 미쓰이물산이 보유한 지분 34%를 총 410억엔(약 3877억원·지난달 29일 환율 기준)에 매입한다. 인수는 삼양사가 지난달 20일 설립한 일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진행된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소다아로마틱은 지난해 매출 1759억원, 순이익 136억원을 기록했다.

이사회는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확대 차원에서 이번 인수안을 검토했다. 현재 삼양사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진에는 전·현직 대학교수와 금융기관 출신, 법조계 인사 등이 포진해 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은 기술 시너지와 사업 연계성을, 금융권 출신 이사들은 재무적 타당성을, 법조계 출신 이사들은 법률적 리스크를 각각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삼양사 이사회에 합류해 올해로 4년째 활동 중인 고민재 사외이사(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소다아로마틱이 보유한 다양한 향료 원료와 락톤 계열 소재가 기존 삼양사 화학·바이오 사업과 결합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며 "국내에서 영위 중인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주요 검토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천 소재 기술 확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딜을 들여다봤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향료 사업 진출이 아닌 원천 소재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하고 있다. 삼양사와 소다아로마틱 연구조직 간 협업을 통해 신규 소재와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양사 화학사업부문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이온교환수지 등을 개발·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1조3247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3.6%를 차지한다.


향후 과제는 자금 조달이다. 삼양사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90억원으로 지난해 말 2020억원 대비 629억원 감소했다. 기타 유동금융자산까지 포함해도 단기 운용이 가능한 자금은 3624억원 수준이다. 반면 같은 시점 단기차입금 1839억원, 유동성사채 2399억원, 장기사채 2794억원 등 차입성 부채는 총 7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154.9%였다.

여기에 삼양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설탕·밀가루 담합과 관련해 2249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를 고려하면 소다아로마틱 인수대금을 전액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일본 법인이 차입 등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일본 법인의 자산총액은 9456만원 수준에 불과해 자체 현금 여력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삼양사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재무 부담보다 사업 기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사회 역시 다양한 리스크를 검토한 끝에 사업 확대 차원에서 경영진의 판단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사외이사는 "과징금 이슈 등으로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같은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오는 것이 아니고 사업에는 타이밍도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삼양사와 모회사 삼양홀딩스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다아로마틱의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40.9%로 재무 안정성이 우수한 편이다. 일본 법인이 상당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하더라도 그룹 전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삼양사의 신용등급은 AA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삼양그룹 4세 경영인이 주도하는 화학 사업 확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은 현재 삼양사 화학2그룹장을 겸직하며 화학 사업을 이끌고 있다. 삼양홀딩스삼양사 지분 6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양사는 올해 1분기 전분당 판매 확대를 위해 미국 법인을 신설한 데 이어 이번 분기에는 일본 법인까지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