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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AI를 만난 이사회

이돈섭 기자

2026-06-12 08:14:58

이사회가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AI 전문가를 이사회에 영입하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AI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부다비의 한 투자회사는 AI를 이사회 멤버로 선임했다. AI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이사회 기능을 보완하려는 시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풍경이 이사회 내 AI 도입의 초기 단계라고 진단한다. 진짜 변화는 AI 전문가와 AI 그 자체를 이사회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이사들이 AI를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해 이사회 수준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 만난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이사회에 합류했는데 덜컥 감사위원까지 맡게 됐다. 재무제표를 보고 관련 이슈를 분별하는 데 익숙지 않았던 그는 AI 기술을 활용해 쟁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감사위 논의에 참여했고 지금은 안건 검토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더 많을 수 있다. AI는 법률 이슈를 검토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M&A 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데 쓸 수 있다. 적극적인 경우 외부 시장 데이터와 경쟁사 정보를 분석해 경영진과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과거 수일에 걸쳐 투입해야 했던 일들이 이제는 몇 시간 만에 가능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화솔루션이 정기주총 직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을 때 일부 주주들이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가 취임 이틀 만에 안건에 찬성한 점을 문제 삼은 적이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의사결정에 참여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한화솔루션 신규 사외이사 중 한 명은 회계학 박사 출신이었다. 그가 AI를 활용해 판단했다면 물리적 시간만을 기준으로 이사회 활동을 평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단순 검토 기간보다 어떤 자료를 보고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 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그룹 총수조차 과거처럼 자기 의견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다. 이사회가 AI를 활용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사들의 의지만 있다면 이사회가 새로운 변화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