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지주사의 배당은 기업 입장에서 자사주의 매입 및 소각보다 더욱 민감한 주주환원이다. 오너가 배당금의 수령자이기 때문이다. 관련 시리즈 기사를 진행하면서 홍보담당자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대주주(오너)들과 배당을 연관짓는 것은 신경 써 주셨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배당 시즌마다 어떤 오너가 배당으로 얼마를 수취했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만약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있다면 주목도는 훨씬 높아진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 후계자들까지 주목의
대상이 된다. 오너가 기사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오너 당사자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주주가 주식회사의 이익을 배당으로 수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오너는 주주가 아닌가? 기업에게 배당총액은 커다란 주주환원으로서 홍보의 소재가 되지만 대주주가 가장 많은 파이를 가져가는 것은 숨기고 싶은 일이 된다. 아이러니다.
경영승계가 기업에게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며 유산을 물려주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다. 납세 등 절차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지주사의 배당은 승계의 자금줄이 된다는 것을 왜 숨겨야 하나.
경영권 분쟁은 좀 더 논쟁적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다수의 소수주주들에게는 누가 경영하는지보다 누가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들은 강력한 주주환원을 내세워 소수주주의 표심을 공략한다. 그런데 여기서 경영권 분쟁 당사자 역시 주주환원의 수혜자라는 사실만 지워낼 필요가 있을까.
고배당 기업에 법적으로 분리과세의 특례를 제공하는 것은 강력한 주주환원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결국 증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너의 주주권한만 숨기고 싶은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보유 주식 수에 따라 배당을 받는 당연한 일에 대해 오너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주식회사의 작동 원리를 기업이 스스로 부정하는 것 아닐까.
부자를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리다. 그래도 기업들이, 그리고 오너들이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도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너의 주주권은 배당 시즌마다 부끄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주주 권한이 보유자에 따라 눈치를 볼 일이 된다는 것은 시장을 바라보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