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배터리 장비 기업 아바코가 2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온 차남 위지명 회장이 창업자 위재곤 고문으로부터 지분 5%를 증여받아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영 전면에 먼저 나선 데 이어 지분 승계에서도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다만 지분 승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위 고문은 이번 증여 이후에도 아바코 지분 8.78%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 위극명 씨도 이번 증여에서 처음으로 아바코 지분 5%를 확보했다. 향후 위 고문의 잔여 지분이 누구에게, 어떤 비율로 넘어갈지가 최종 승계 구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경영 먼저 물려받은 위지명, 지분 승계구도 본격화
2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 고문의 증여에 따라 아바코의 최대주주는 기존 '위재곤 외 7인'에서 '위지명 외 8인'으로 바뀌었다. 이번 변경은 위 고문이 보유 지분 일부를 두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이뤄졌다. 위 고문은 총 146만7726주를 내놨으며 차남 위지명 회장과 장남 위극명 씨에게 각각 73만3863주씩 균등하게 배분했다.
증여 결과 위 고문의 지분율은 기존 18.78%에서 8.78%로 낮아졌다. 반면 위지명 회장은 5.33%에서 10.33%로 올라서며 개인 기준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동안 아바코 주식이 없던 위극명 씨는 이번 증여로 지분 5%를 확보하며 신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위지명 회장은 이번 지분 증여 이전부터 사실상 아바코의 경영 승계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일본 토레이엔지니어링 등을 거쳐 아바코에 합류한 뒤 전략기획실장과 미국법인장 등을 맡으며 회사의 주요 사업과 해외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2024년에는 회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히 아바코가 기존 디스플레이 장비 중심에서 이차전지·반도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위 회장이 경영을 이끌어왔다. 이번 증여는 이미 진행된 경영 승계를 지분 구조에서도 뒷받침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해서 지분 승계까지 완료된 것은 아니다. 이번 증여 이후에도 위 고문은 아바코 지분 8.78%를 보유하고 있다. 위 회장과 불과 1.55%p 차이다.
특히 이번 증여에서 위 고문이 두 아들에게 동일하게 지분 5%씩을 넘겼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경영은 차남 위 회장이 맡고 있지만 장남 위극명 씨도 이번 증여를 통해 처음으로 아바코 지분 5%를 확보했다. 향후 위 고문의 잔여 지분 8.78%가 차남에게 집중될지, 두 아들에게 다시 배분될지에 따라 최종 지분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계열사 아바텍도 변수다. 위 고문은 아바텍 지분 18.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위지명 회장과 위극명 씨의 아바텍 지분율은 각각 5.71%, 4.46%로 격차가 크지 않다. 여기에 아바텍이 아바코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위 고문의 아바코·아바텍 지분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따라 두 회사의 오너 일가 지배구조가 함께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대비 낮아진 기업가치, 증여세 낮추는 효과
올해 8월 지분 증여가 이뤄진 이유로는 최근 주가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바코 주가는 올해 초 1만6000원~1만7000원 선을 등락했으나 하반기 들어 9000원~12000원 선으로 낮아졌다.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낮아진 시점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두 사람이 내야 할 증여세는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주식의 증여재산가치는 증여일 전후 각 2개월간 종가 평균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지난 6월 21일부터 오는 10월 21일까지 주가 변동 폭에 따라 증여세가 달라진다. 증여일(8월 21일) 종가인 1만1210원을 단순 대입하면 위지명 회장과 위극명 씨가 내야할 증여세는 각각 약 35억원, 합산 약 7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위 고문이 가진 아바코 잔여 지분과 아바텍 지분 승계를 고려하면 위지명 회장과 위극명 씨가 부담할 증여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변동에 따른 증여세 변화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