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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펀드 연내 만기…'최대 LP' 이마트 이사회 결정은

사외이사 위주 이사회 운영…오너가 영향력 피할 수 없는 구조는 한계

이돈섭 기자

2025-06-25 13:45:50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한진칼 지분 경쟁이 뜨거워진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이른바 한진칼 펀드 환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칼 지분 4%가량을 가진 유진자산운용 펀드에는 이마트를 비롯해 HD현대오일뱅크와 유진한일합섬 등이 출자하고 있다.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건 각 이사회인데, 각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진자산운용 펀드의 최다 출자자인 이마트가 한진칼 펀드 투자를 검토한 건 2021년 10월의 일이다. 당시 이마트 이사회는 유진자산운용 '유진 그로쓰 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에 150억원을 투자키로 결의했다. 해당 펀드는 한때 한진칼 지분 17%를 갖고 있던 반도건설 측이 내놓은 주식 일부를 매수하기 위한 폐쇄형 사모펀드였다.

투자를 비롯해 재산 취득 등 자산 관련 판단에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당시 이마트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었다. 정용진 당시 이마트 부회장과 정 부회장 모친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은 각각 지분 18.56%, 10.00%를 가진채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사회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이마트 사외이사진 [이미지=이마트 홈페이지]
다만 이마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었고 사내이사 선임이 오너가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사외이사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사회 의장도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때문에 정 부회장 의중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마트한진칼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 주목한다. 당시 이마트 경영진은 물류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사업 확대 차원에서 한진칼 펀드에 출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는 게 당시 이사회 구성원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정용진 당시 부회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기초와 청운중, 경복고 동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조원태 회장 측이 각 기업에 반도건설 물량을 받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마트 출자 역시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건 당시 정 부회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듬해 한진칼 펀드에 850억원을 추가 출자, 펀드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마트 이사회는 한진칼 펀드 투자 건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측에서도 한진칼 펀드는 순수 투자 목적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진칼 펀드 만기 연장 및 환매 여부는 이사회 결정이지만, 투자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가 판단 여부를 가릴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고 설했다.

2021년 말 이후 현재까지 한진칼 주가는 2배 이상 오르면서 해당 펀드 수익률도 상당 수준에 올라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초 경영진이 출자 목적으로 설명한 한진그룹 측과 물류 사업 협업은 현재까지 가시화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투자를 유지하면서 목적달성을 노릴지, 단순 수익을 실현해야 할지 다시 판단을 해야 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내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뤄질 경우 한진칼의 항공업 시장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아있다. 지금 수익을 실현하기는 망설여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기업 주가를 1000억원어치 가진 것을 단순히 투자 목적이라고만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 역시 이사회다. 현재 이마트 이사회는 4년 전 펀드 출자를 결정했을 때와 비교해 모두 다른 멤버로 채워져 있다. 다만 이사회 운영 방식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이르면 내달 중 이사회를 열어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한 사외이사는 "현재 상황에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