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사진)이 지난달 29일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오너 부재 경영 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온 박종호 대표가 경영 전면에 서서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너 부재 속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너 입김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이사회가 과연 어디까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앤컴퍼니가 지난해 5월 발간한 2023 사업연도에 대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임원관리규정과 정관 등에 최고 경영자 승계정책을 명문화하고 최고경영자 승계를 위한 내부 프로젝트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박종호 공동대표 체제다. 두 대표 이중 한 명이 유고 등으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해당 경영 공백에 대응하게 한다는 취지다.
그룹 전체를 총괄해 온 조현범 회장이 지난달 29일 징역 3년 선고를 받아 법정구속되면서
한국앤컴퍼니 내 일정 수준의 경영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
한국앤컴퍼니 정관에는 대표이사 유고 시 그 직무 승계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주체는 이사회다. 하지만 조 회장이 그룹 지주사격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보유한 채 이사회에도 직접 참여해 온 만큼 이사회가 전면에 나서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등 6명이. 구체적으로는 조현범 회장과 박종호 사장을 비롯해 박재완·민세진·이호영·이상훈 사외이사 등이다. 이사회 의장은 박재완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으로 이사회에 진입한 박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고용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과거
삼성전자 초대 사외이사 출신 의장으로 활동했다.
박 사외이사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시기
삼성전자는 이재용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등 그룹 리더십 공백 가능성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박 사외이사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이어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에서도 총수 부재 상황을 연속적으로 겪는 셈이다. 다만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경영 승계를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참여하면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하지만 그룹 오너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점은 그룹 거버넌스 리스크로 작용했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감독해야 하는 역할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 데다, 과거에도 횡령 등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바 있어 이사회 평가기관 등급 저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이사회가 조 회장 부재 속 그룹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이 외형적으로 독립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이더라도, 조 회장이 다른 이사들과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왔는지 알 수 없다면 향후 이사회 기능과 역할을 내다보기 어렵다"면서 "법정 구속 자체가 오너의 완전한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 경영위원회 운영이다.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산하에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등이 참여하는 경영위를 설치해 운영했는데, 지난 3월 박종호 전 기타비상무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후임자를 결정하지 않아 조 회장과 박 사장만이 경영위 위원으로 남아있다. 경영위 결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로 하는데, 조 회장 부재로 결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화학적 결합 작업이 지체되는 등 당장의 경영 판단이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경영전략 회의에서
한온시스템에 체질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 및 에너시 솔루션 사업본부 강화 등 신사업 추진도 힘을 잃을 수 있다. 조 회장이 비상무이사로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사회 역시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해 지난달 30일 2만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관계자는 "오너 부재 속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어떤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 "오너 리스크가 오히려 오너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 법정 구속에 따른 향후
한국앤컴퍼니 행보에 대해 회사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