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BNH 이사회에 자신과 측근 인사 등 2인을 동시에 선임하려는 데에는 정관상 규정의 유리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콜마BNH는 2인 이상의 이사 선임 시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구조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가진 의결권을 특정 후보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로, 소수주주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다.
콜마BNH 지분은 윤여원 사장만 7.72% 갖고 있으나 콜마홀딩스가 44.63%로 최대주주에 위치함으로써 사실상 윤 부회장의 실질 지배력이 가장 크다. 임시 주주총회가 실제 개최될 경우 해당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 등까지 더해져 윤 부회장에게 유리한 이사회 재편 구도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콜마BNH 정관, '2인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 배제' 명시
콜마BNH 정관 제34조 3항에 따르면 콜마BNH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 제382조의 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는 배제하는 걸로 규정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자에게 몰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고,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사 선임에 소수주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로 불린다.
하지만 콜마BNH처럼 집중투표제가 배제된 회사의 경우에는 이사 선임 시 일반적인 의결 정족수 원칙이 적용된다. 주주들은 각 후보에 대해 1주당 1표씩을 행사하게 되고, 주주총회 보통결의 의결 정족수에 따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상의 찬성이 있을 시 최종 선임된다. 이 경우 지배주주 측은 각각 후보자 전원에게 일괄적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다수 인사를 동시에 선임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콜마BNH의 최대주주는 콜마홀딩스이며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윤 부회장에 유리한 규정으로 분석된다.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도 하다.
콜마홀딩스는 콜마BNH의 지분 44.63%를 보유하고 있다. 윤 부회장의 콜바BNH 지분은 없고 윤 사장은 7.72%에 그친다.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은 콜마BNH 지분 1.11%를 갖고 있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 31.75%를 보유 중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인베스트먼트(5.69%)의 지원까지 받는 상황이다. 윤 사장의 콜마홀딩스 지분율은 7.45%이다. 윤 사장과 남편(3.17%) 지분율을 합하면 10.62%이고 여기에 부친인 윤동한 회장의 지분율(5.59%)를 모두 합해도 16.21%다.
이에 따라 2인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는 현재의 규정은 최대주주의 2인 이상의 이사 선임 시도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윤 부회장이 본인을 포함해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까지 총 2인을 콜마BNH 이사에 선임하려는 것도 해당 규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윤 부회장이 2인을 동시에 밀어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소수주주의 전략적 집중투표로 인해 최소 한 명의 낙선 가능성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례를 되짚어보면 추후 윤 사장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올해 1월 초까지만 해도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는 선임 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영풍·MBK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고 이들이 지분율을 높이자 고려아연은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이 최윤범 회장 측보다 앞선 상황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성공했고 영풍의 의결권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 등으로 지분율 차이가 굉장히 크게 벌어져 있진 않았다는 점은 현재 윤 사장의 상황과 다소 다르다.
현재 윤 부회장의 2인의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청구를 놓고 윤 부회장과 윤 사장은 본격적인 법정 싸움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에서는 윤 사장이 오빠인 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위법행위 유지(留止) 등 가처분 신청' 심문이 이뤄졌다.
앞서 지난 4월 윤 부회장은 콜마BNH에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고 요구하면서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윤 사장이 임명을 거부하자, 윤 부회장은 지난 6월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윤 사장은 위법 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여기에 윤 회장이 아들인 윤 부회장을 상대로 증여 주식 반환 소송을 내면서 남매 갈등은 부자 다툼으로까지 확대됐다. 3일 법원은 우선 윤 회장의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윤 부회장이 윤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