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하 메리츠화재)과 메리츠증권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기존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서 발생했던 경영진 감독과 집행의 경계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각 임원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한 조직운영지도다. 대표이사에게는 경영 총괄관리의무를, 이사회에게는 이를 감독할 책임을 부여한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구조적 개선에 나섰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의장직 내려놓은 대표이사
9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근 임원 책무 변경을 나란히 공시했다. 해당 공시는 대표이사가 그동안 겸직했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김중현 사장, 메리츠증권은 장원재 사장의 책무가 이달 1일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이사회 의장을 공시한 이래 두 기업은 매번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이끌어왔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런 기조가 바뀌었다.
메리츠증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메리츠그룹 금융 자회사에 대표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권고했다”며 “이론상 이사회의 역할은 CEO 등 경영진 감독인데 감시 주체가 경영 실행의 주체가 되면 견제가 무력화되고 CEO의 독단적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직책 별로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무를 명확하게 배분한 문서를 말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개정되면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와 보험사는 최근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등 총괄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총괄관리의무를 적절히 이행하는지 관리하고 감독할 책무가 있다.
메리츠증권의 책무구조도를 살펴보면 장원재 대표의 책무에서 △이사회 운영업무와 관련된 내부통제 등의 집행 및 운영에 대한 책임이 삭제됐다. 대신 대표의 책무에 △내부통제 등의 주요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할 책임 △대표이사 총괄 관리 의무 중 소관업무에 대한 관리조치 운영책임 등이 추가됐다.
이사회 의장이 된 사외이사의 책무에 △이사회 운영업무와 관련된 내부통제 등의 집행 및 운영에 대한 책임이 추가됐다. 여기에는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관리의무 이행 감독 책임, 이사회 내 운영 책임, 이사회 지원업무책임, 이사회를 통한 책무구조도 및 내부통제 등 관련 사항 심의·의결 책임 등이 포함된다. 메리츠화재 책무구조도도 이런 식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임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으로 중용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두곳 모두 선임 사외이사를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에서는 성현모 이사가, 메리츠증권은 이상철 이사가 각각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게 됐다. 둘다 종전까지 각 사에서 선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가 이번에 의장이 됐다.
메리츠화재의 성현모 이사회 의장은 1958년생으로 2021년 3월부터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올해 재선임됐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 가운데 감사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보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2년부터 한동대학교에서 경영경제학부 교수로 일한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공인회계사(CPA) 자격도 보유했다. 1980년부터 1984년까지 한국은행에서 은행감독업무를 담당했다.
이상철 이사회 의장은 1968년생으로 2021년부터 메리츠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감사위원회와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밖에 리스크관리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의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를 지냈고 2021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관리회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국민연금공단 지배구조 개선 자문위원회 자문위원도 겸직하고 있다. 과거 한국투자금융지주 및 한국투자증권의 사외이사로 일했으며 올해부터는
LG생활건강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