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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

증권업계 이사회 견제기능 살펴보니…대신·메리츠·삼성 우수

[증권사]대신증권 오너 기업임에도 견제기능 최고점…유안타·KB·한국 '취약' 평가

이지혜 기자

2025-06-18 13:53:49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이사회가 제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견제와 균형은 핵심적이다.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어야 대리인 비용을 줄이고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승계와 감사 체계, 보수 체계 등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 결과 이사회 △견제기능이 가장 좋은 증권사로 대신증권이 꼽혔다. 대신증권은 대표적 오너기업인데도 이사회가 CEO 승계 절차 등에 관여하며 경영진 감시와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대만 본사의 지배구조 영향으로 해당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 취약한 증권업계, 대신증권 ‘예외’

theBoard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5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발간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연차보고서)와 2024년도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기자본 상위 15개 증권사를 포함해 주요 금융사 53곳이 평가대상이다. 이사회의 △구성과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 가운데 이사회 △견제기능 부문은 사외이사의 독립적 활동 여부, CEO 승계 절차, 보수 체계,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의사결정 과정의 균형성과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구조적 장치를 중심으로 구성된 항목이다. 해당 부문은 총 40점 만점이며 증권업계 평균 점수는 23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 △견제기능 부문의 배점이 비교적 큰 편 데 반해 평균 점수가 낮은 편이다.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이사회 △견제기능 평균 점수는 금융지주가 30점, 은행권이 26점, 보험업권은 24점이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달랐다. 대신증권은 해당 부문에서 30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상위에 랭크됐다. 기업 지배구조에 가장 앞서 있는 금융지주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총 8개 문항 중 절반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약 3개월을 두고 CEO 승계 절차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최근 3년 동안 연 평균 2회 이상 해당 절차의 적정성과 후보군을 점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했다. 감사위원회는 경영진이 회계 등 경영활동을 적법하고 타당하게 처리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한국ESG기준원은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는데 대신증권은 여기에 부합했다.

◇메리츠·삼성증권, 견제기능 ‘우수’…종합순위와 ‘대비’

메리츠증권삼성증권도 이사회 △견제기능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각각 29, 27점으로 대신증권의 뒤를 이었다.

전체 총점 기준 순위와 대비된다. 다른 부문까지 아우른 총점 기준으로 보면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 10위, 삼성증권은 5위다. 이사회 △견제기능만큼은 메리츠증권삼성증권이 비교적 견실한 구조를 갖춘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이사회 구성원과 경영진뿐 아니라 주주, 외부자문기관 등에서도 이사회 후보를 추천받는 데다 CEO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한 덕분에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감사위원회도 세 명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또 등기임원 보수 체계를 주가와 연동해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증권도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는 점, 주가와 연동해 등기임원 보수체계를 갖춘 점, 세 명 이상의 독립된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한 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안타증권, 지배구조 한계에 발목…KB·한국증권 ‘아쉬워’

그러나 유안타증권은 이런 흐름에 비껴갔다. 감사위원회가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지만 등기임원 보수체계가 주가와 연동되어 있지 않은 데다 이사회가 CEO 승계 절차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임 CEO의 임기 만료에 임박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했다. 또 CEO 승계 계획 적정성 검토 횟수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유안타증권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CEO 승계 등과 관련해 유안타증권은 대만 모회사가 주도해왔다. 이에 따라 유안타증권은 지난 10년 동안 대만 모회사 출신 임원을 CEO로 선임해왔다.

대형사라고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도 둘다 19점을 기록해 이사회 △견제기능 부문 점수가 업계 평균보다 낮았다. KB증권한국투자증권도 CEO 승계 절차와 관련된 항목에서 주로 점수가 깎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