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지만, 여전히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기업은 상당수다. 이사회는 리스크를 방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유일무이한 기구다. theBoard는 다양한 오너 리스크 속 각 기업 이사회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대안을 모색해본다.
HS효성 상황은 한국앤타이어와 비슷하다. 지난해 효성에서 계열분리해 출범한 HS효성은 재출범 1년여 만에 오너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HS효성 산하 복수의 계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IMS모빌리티에 투자를 집행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건희 여사 측 인사가 몸담고 있던 IMS는 투자 유치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다. 조현상 부회장 경영 부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사회는 그의 부재를 메울 인력들로 이미 채워져 있다.
지난해 7월 효성에서 계열분리해 출범한 HS효성은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HS효성 지분 55.08%을 가진 실질적 오너이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HS효성은 최근 정기주총에서 감액배당 재원확보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감액배당 결정과 주총 승인, 향후 비과세 혜택이 조현상 부회장 위주인 점이 회사 내 위상을 방증키도 한다.
조 부회장은 HS효성 산하 복수의 계열사의 김건희 여사 측 인사가 연루된 IMS모빌리티 투자 집행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종의 대가를 바라고 무리한 투자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검은 최근 조 부회장 소환을 계획했지만 조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했다. 조 부회장은 현재도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출범 1년 만에 오너 사법 리스크가 도드라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HS효성 측은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간 경영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상장사 이사회 관계자는 "권력형 사건에 휘말리면서 혐의가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송사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 해당 리스크를 해소하기 전까지 경영 행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이사회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전주 소재 HS효성 탄소섬유 공장. [이미지=HS효성]
조 부회장 사법 리스크 속에서 주목받는 이는 안성훈 대표다. 안 대표는 HS효성 출범과 동시에 조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관에는 회장 유고 시 부회장에서 사장→부사장→전무→상무 순으로 직무를 대행토록 규정돼 있다. 이사회는 의장이 소집할 수 있지만 의장 유사 시 이사회가 정한 순으로 의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 HS효성은 대표와 의장을 분리하고 있지 않아 안 대표가 의장직을 대행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안 대표의 리더십이다. HS효성이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다양하다. 당장은 HS효성 주력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가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효성그룹 오너 일가는 이상운 김규영 부회장과 황윤언 부사장 등 전문경영인과 경영을 함께 이끌어온 만큼 안 대표에게도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사회 멤버들의 지지는 이미 확보됐다는 분석이다. HS효성은 계열분리와 함께 새로운 이사회를 구축, 4명의 새로운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과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 권오규 전 부총리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이다. 지난해 말 별도 자산총액 6204억원인 HS효성은 자본시장법 상 성별 특례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HS효성 관계자는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 책임성 기준으로 추천 선임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사외이사 대부분은 과거 효성 계열사 이사회에 적을 둔 적이 있다는 것. 권오규 사외이사의 경우 2012년부터 2013년 효성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이상엽 사외이사와 오병희 사외이사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구 효성첨단소재(현재 HS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 이사회에 재직했다. 회사를 새롭게 출범하면서 과거 그룹 계열사 이사회 경험이 있는 인사 위주로 이사진을 꾸린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이사회 재직 경험이 있는 인사를 다시 영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사회 경영의 안정성을 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소위 오너가 있는 기업의 경우 오너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 간 합을 중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구성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4명은 지난해 회사 출범 이후 그해 말까지 두 번의 정기 이사회에 모두 참석해 전체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다만 이사회 활동에 대해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최근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 전체로 확대된 데 따라 일반주주가 이사회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이슈가 쟁점을 갖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하지만 이사회를 보는 눈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HS효성의 일반주주는 121만여 명으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2% 수준이었다.